폐허 속에서 시작된 제2의 제국… 발해 건국의 서사적 재구성

고구려 멸망 이후 발해의 건국 과정을 재해석한 장편 역사소설 '발해, 새벽의 제국'이 출간됐다. 작품은 사료와 고고학 자료, 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해 잊혀져 온 동북아 고대사의 공백을 복원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소설은 고구려 유민들이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제2의 제국을 세우는 과정을 서사의 중심에 놓는다. 대조영, 걸사비우, 대걸걸중상 등 실존 인물의 여정을 따라가며 전쟁·망명·분열·재건으로 이어지는 건국기의 주요 장면을 입체적으로 그렸다. 안시성 전투 이후 무너진 고구려 세력이 다시 하나의 국가로 일어나는 과정도 다양한 인물의 시각을 통해 복원했다.
서사는 긴박하게 전개된다. 천문령 전투와 대규모 이동, 유민 규합, 건국 과정에서의 정치적 협상 등이 간결한 문장으로 이어지며 '폐허에서의 창건'이라는 주제를 강조한다. 전쟁의 공포와 생존의 두려움, 지도자의 결단이 교차하며 건국기의 비극성과 역동성이 동시에 부각된다.
집필을 맡은 소설가 안지상은 부족한 사료의 한계를 고려해 남아 있는 기록과 고고학 자료를 바탕으로 시대의 공백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메웠다. 책에는 당·발해·신라·돌궐 등 동아시아 정세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지도와 연표도 수록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작품은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발해사가 오늘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발해사의 정체성 논란, 고구려 유민의 생존 서사, 폐허 위에서 새로운 국가를 세운 집단의 의지를 소설적 장면으로 풀어내며 “발해는 잊힌 제국이 아니라 미완의 역사”라는 문제의식을 제시한다.
미다스북스 관계자는 “'발해, 새벽의 제국'은 오랫동안 주변부에 머물렀던 발해의 역사를 중심 무대로 끌어온 작품”이라며 “역사소설이면서도 시대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지는 서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