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동 연구진이 고성능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전지의 화재 및 열폭주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전해질 기술을 개발했다.
경북대학교는 오지민 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 교수팀이 서동화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 ETRI 이명주 박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고에너지밀도를 유지하면서도 우수한 화재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비가연성 전해질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리튬이온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화재와 열폭주 위험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고성능 전기차용 고니켈 양극 배터리는 가혹한 구동 환경에서 화재 가능성이 커 안전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기존 전해질에 보편적으로 사용돼 단가 면에서 유리한 불소계 첨가제(FEC)에 자체 개발한 난연성 첨가제(P2PFS)를 최적 비율로 혼합 적용해 전지 수명 손실이 없는 비가연성 전해질 시스템을 설계했다.
최적화된 새로운 전해질 시스템은 발화 지연 능력을 평가하는 연소 시험에서 발화 지속 시간을 종전보다 절반 수준 이하로 크게 낮춰, 화염에 노출되어도 불이 거의 붙지 않는 비가연성에 가까운 특성을 구현했다.

동시에 연구팀은 개발한 전해질의 화학적 성능 유지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고온과 고전압 환경에서 구조가 매우 불안정해지는 '고니켈 양극(NCM955) 리튬전지'에 적용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극도로 혹독한 구동 조건에서도 전해질이 파괴되지 않고 양극 표면을 안정적으로 보호하며, 200회 이상 급격한 충·방전을 거듭한 후에도 초기 용량의 83% 이상을 유지하는 우수한 수명 특성을 나타냈다.
특히 연구팀은 전지 열폭주의 주원인인 산소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충전 시 양극재에서 나오는 유해 산소를 자체 개발한 난연 첨가제가 포집해 안정한 물질로 전환함으로써 발화 원인을 억제하는 원리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실제 상용 제품 규격인 1Ah급 중대형 파우치셀에 적용해 실증에도 성공했다. 대용량 배터리 환경에서 750회 이상 충·방전한 후에도 초기 용량의 85.2%를 유지했으며, 특히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를 못으로 찌르는 가혹한 관통 시험에서도 화재나 폭발 없이 최고 온도를 49도 수준으로 제어하며 높은 안전성을 입증했다. 또한, 시차주사열량계(DSC)와 질량분석기(MS) 테스트에서도 전지 열폭주의 원인 중에 하나인 전지 내 산소 발생이 적극적으로 억제됨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오지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난연 첨가제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 배터리 내부 산소 반응을 제어하는 열역학적 설계 원리를 제시한 연구다. 전기차, ESS, 로봇, 드론, 미래 항공 모빌리티 등 고안전성이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전해질 설계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NRF)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재료과학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인 '스몰(Small)'에 온라인 게재됐다. 교신저자는 경북대 오지민 교수와 KAIST 서동화 교수이며, 제1저자는 ETRI 이명주 박사와 KAIST 신욱선 연구원이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