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이 장기간 침체한 국내 인테리어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과 고객경험 중심의 유통 채널 개편으로 브랜드 가치와 경험 확대에 집중한 전략이 불황에도 소비자 선택을 끌어냈다는 평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샘의 지난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44% 증가했다. 고급 소재와 설계 기술을 적용하고, 수입 제품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유지한 상품을 앞세워 '신뢰할 수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 덕이다. 올해 4년 만에 신제품을 출시하며 리브랜딩을 단행한 프리미엄 키친 브랜드 '키친바흐'가 대표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한샘은 불황기에 가격을 낮추기보다 브랜드 경험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방향을 잡았다”면서 “시장 회복기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한샘 프리미엄 전략의 핵심 축이다. 한샘은 지난 6월 서울 논현동 가구거리에 '플래그십 논현'을 개관하며 매장 개념을 재정의했다. 단순 진열·판매 공간을 넘어 브랜드 철학과 품질을 직접 체감하는 '경험의 공간'으로 설계했다. 상담·설계·시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차별화된 구매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플래그십 논현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77% 증가했다. 상담 건수도 50% 늘었다. 논현에 이어 지난 10월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리뉴얼 오픈한 '한샘 플래그십 부산센텀'도 방문객과 매출이 두 배가량 증가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한샘의 자회사로 출발해 현재 한샘의 수입가구 전문 유통 브랜드로 운영 중인 '도무스(DOMUS)'도 고급 가구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주요 가구 브랜드를 한 공간에 모아 큐레이션한 도무스관은 감도 높은 디자인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플래그십 논현에서 지난 7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 8~9월 누적 매출도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이 같은 전략은 한샘의 브랜드 가치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 프리미엄 키친과 수입 가구,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으로 이어지는 전략이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브랜드 신뢰와 소비자 관계의 깊이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주택 시장이라는 외생 변수 영향을 받고 있지만, 소비자 경험·프리미엄 전략·채널 혁신 등의 구조 대응이 결합하면 향후 체질 변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기존 플래그십 리뉴얼을 통한 모객 확대와 고수익 제품군 판매 증가로 리하우스 사업부 탑라인 증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회사의 점유율 확대와 비용 절감 등 다양한 운영 전략이 둔화된 업황에 비해 상대적으로 펀더멘탈을 방어하는 요인이 되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봤다.
한샘 관계자는 “프리미엄 시장이 빠르게 확장되는 만큼, 소비자가 공간에서 체감하는 브랜드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고객이 제품을 통해 한샘의 철학과 품질을 느낄 수 있도록 상품·공간·서비스 전반의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