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총 한 달 새 1400조원 증발…비트코인 9만달러도 '흔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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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이 전방위 약세 흐름에 휘말리며 시가총액이 한 달 새 1조달러(약 1400조원) 넘게 증발했다. 비트코인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9만달러 선마저 위협받으며 '패닉 셀링'이 확산하고 있다.

20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기준 4조2000억달러에 달했던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현재 3조1000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 달 새 약 1조1000억달러가 증발한 셈이다.

시가총액 1위 가상자산인 비트코인(BTC)은 최근 일주일 사이 9% 가까이 하락했다. 전날 8만8000달러대까지 밀리며 7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은 뒤, 이날 들어 9만2000달러대까지 소폭 반등했다. 시장에선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하며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심리를 다소 회복시킨 것이 비트코인의 추가 낙폭을 방어했다고 보고 있다.

이더리움(ETH)은 같은 기간 12% 하락했고, 엑스알피(XRP)와 솔라나(SOL)는 각각 14%, 7%씩 내리는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줄줄이 약세를 기록했다.

투자심리 위축은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에도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최근 6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됐다. 14일부터 18일까지 5거래일간 총 22억달러 이상이 빠져나갔으며, 같은 기간 전체 가상자산 ETF에서도 약 29억8000만달러가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급락 배경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 약화, 기관 투자자 이탈, 그리고 지난달 발생한 대규모 강제 청산의 후유증을 지목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67.2%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일주일 전(37.1%)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다만 하락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파브 훈달 스위프트엑스(Swyftx) 수석 분석가는 코인텔레그래프를 통해 “최근 고래(대형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늘고 있으며,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비트코인 반등과 함께 개인 투자자들도 매수에 가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