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하나의 거대한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100억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한국은 글로벌 화장품 수출국 순위에서 프랑스에 이어 2위를 다툴 정도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 뒤에는 수십 년 동안 기술·제조·브랜딩 역량을 쌓아온 이른바 '레거시 뷰티 기업'들이 버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같은 종합 뷰티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콜마·코스맥스 같은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K뷰티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산업의 '뼈대'를 제공해 온 주역들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기능성·한방·더마코스메틱 등 고난도 제형을 연구하며 임상·안전성 데이터를 축적해 온 만큼, 글로벌 유통사와 소비자 입장에서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신뢰가 높다. 이들이 쌓아 올린 포뮬러(여러 유효 성분을 섞어 피부에 특정한 효과를 주는 배합 방식) 기술과 생산·품질 시스템, 브랜드 구축 역량을 기반으로 지금과 같은 K뷰티 붐이 가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늘의 K뷰티는 스타트업과 인디 브랜드만의 성공담이라기보다는다는 수십 년간 업계를 지켜온 레거시 뷰티 기업과 새로운 플레이어가 함께 쌓아 올린 합작품으로 이해해야 한다. 레거시 뷰티 기업들은 여전히 고난도 기술·대규모 생산·글로벌 규제 대응을 책임지며 '보이지 않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전면에서는 민첩한 신생 브랜드들이 새로운 콘셉트와 채널로 수요를 끌어올렸다. 세계 곳곳 드럭스토어와 세포라, 아마존의 'K뷰티 코너'를 채우는 수많은 제품 뒤에는 연구와 생산·품질, 브랜드 철학을 오랜 시간 다듬어 온 레거시 뷰티 기업들이 서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