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생활건강이 '피부 장수(Skin Longevity)'와 뷰티테크를 앞세워 레거시 뷰티 기업의 기술 경쟁력 재무장에 나섰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글로벌 리밸런싱'과 사업 구조 재편 속에서도 인공지능(AI)·유전체 분석 기반 연구개발(R&D)과 프리미엄 제품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LG생활건강의 가장 큰 무기는 기술 집약적 R&D다. LG생활건강은 비전 AI(Vision AI)와 전장 유전체 연관성 분석(GWAS)을 결합해 국내 최대 규모인 1만6000여 명의 한국 여성 얼굴 이미지를 분석해 눈가·입술·얼굴 윤곽 등 부위별 노화 속도의 차이를 정량화했다. 비전 AI를 통해 부위별 '노화 시계'가 서로 다르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여기에 전장 유전체 연관성 분석(GWAS)을 더해 얼굴 노화와 연관된 10개 유전자 영역을 발굴했다.
연구 성과는 구체적인 제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후는 저속 노화 핵심 성분 'NAD 파워24'를 50% 함유한 '비첩 자생 NAD 파워 앰풀'을 내놨다. NAD 전구체인 나이아신아마이드와 NMN을 함께 배합해 피부 속 NAD를 활성화하는 메커니즘을 구현했다. 타사와의 R&D 협업도 병행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비침습적 음압 패치 기술을 보유한 미메틱스, 글로벌 원료사 블루메이지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손잡고 피부 흡수율을 높이는 패치 기술과 합성생물학 기반 안티에이징 핵심 소재를 공동 연구하고 있다.
강내규 LG생활건강 최고기술책임자(CTO)는 “LG생활건강이 추구하는 가치는 단순히 노화를 늦추는 것을 넘어, 생애 전반에 걸쳐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 장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얼굴 부위별 노화의 비밀을 밝혀낸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개인의 타고난 특성과 연령대별 노화 특징을 고려하여, 정밀한 뷰티 케어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는 뷰티 디바이스 사업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수천 개 자사 화장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전용 화장품을 개발하고, 병행 사용에 대한 인체적용시험으로 효능을 검증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LG프라엘의 첫 번째 제품 '수퍼폼 갈바닉 부스터'를 론칭했고, 최근에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과 대세 채널로 떠오르고 있는 '틱톡샵'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신제품 '수퍼폼 써마샷 얼티밋'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LG생활건강은 반등을 위해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에서는 무리한 외형 확장 대신 브랜드 건전성 회복에 초점을 맞춰 면세점을 중심으로 물량을 조절하고,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e커머스 채널 위주로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주력 브랜드 '더후'를 제외한 오프라인 매장은 과감히 정리했다. 또한 북미·일본·동남아·EMEA(유럽·중동·아프리카)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고, 해당 지역 투자를 늘리고 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