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드리운 전운…정유업계,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촉각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 우려가 커지면서 정유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쟁이 현실화될 경우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원유 수급 차질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정유사들은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이란이 러시아와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 훈련을 단행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상 시한을 2주로 제시하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약 20%, 중동 원유 물동량의 약 7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정유사들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전체의 약 70%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에서 들여오는 원유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해협 봉쇄는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유업계는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대체 수송이나 조달에 어려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해 항로 활용이나 미국 등 타 산유국으로부터의 수입 확대 방안이 거론되지만 물류 인프라와 비용 문제로 단기간 내 중동산 원유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급등한 국제유가도 부담 요인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 국제유가 상승은 재고평가이익 증가로 정유사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단기간 급등할 경우 석유제품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정제마진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여기에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상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원가 부담도 확대된다.

정유업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축유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국내 비축유는 약 7개월분 수준으로, 정부와의 공조를 통해 수급 불안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된 사례는 없지만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는 있다”며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정부와 협조해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