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10명 중 7명은 가격을 배제할 때 약사의 대체조제보다 '의사가 처방한 약'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대한의사협회는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8~20일까지 3일 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량적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성분명 처방 법안 추진 인식 △대체조제 제도 및 고지 의무 이해도 △법적 책임 소재 인식 △의약품 선택 선호도 △선택분업 도입 관련 의견 등 국민이 체감하는 다양한 정책 요소를 폭넓게 물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2%가 가격을 고려하지 않을 때 '의사가 처방한 약을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반면 약사가 대체조제한 약을 선호한다는 비율은 7.3%에 그쳤다.
황규석 의협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이하 범대위) 홍보위원장은 “국민이 약 선택 과정에서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신뢰한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성분명 처방 법안에 대한 국민 인지도는 낮았다. 해당 법안이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답한 비율이 44.5%였으며,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15.4%에 그쳤다.
현행 약사법에서 허용하는 대체조제 제도와 대체조제 고지 의무 역시 총 인지율은 각각 58.7%, 60.6%였지만, 세부 절차와 책임 구조까지 정확히 알고 있는 '상세 인지층'은 각각 17.5%, 22.7%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대체조제로 인한 부작용 발생 시 의사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57.1%가 '전혀 모른다'고 답해 책임 소재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이 드러났다.
황 위원장은 “국민 다수가 제도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을 성급히 도입할 경우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법안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선 우려가 더 컸다. 정부·법무부가 제기한 '국민 건강 위험 가능성'이라는 지적에 대해 62.4%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한편 감염병 대유행이나 특정 약의 품절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의사가 직접 약을 조제하는 '원내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70%에 달했다. 환자가 병원 조제와 약국 조제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의약분업 선택제'는 74.2%가 찬성해 조사 항목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황 위원장은 “국민은 성분명 처방보다 의사의 전문적 처방을 선호하며, 강제적 제도보다는 선택권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라며 “국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성분명 처방 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이며 무선 RDD 기반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