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온을 일시적으로 낮춰 뇌손상을 줄이는 '저체온치료'가 뇌경색 치료 이후 발생하는 2차 뇌손상에도 안전하게 적용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문구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분당서울대병원 강지훈 교수·동아대병원 정진헌 교수·계명대동산병원 홍정호 교수·서울아산병원 장준영 교수·충북대병원 염규선 교수)은 국내 5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세계 최초의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혈관 재개통술을 받은 뇌경색 환자에서 저체온치료의 안전성을 증명했다.
급성 뇌경색은 뇌 혈관이 혈전(피떡)에 의해 갑자기 막혀 발생하며, 치료가 지연될수록 뇌세포 괴사가 진행돼 영구적 장애를 남길 위험이 크다. 최대한 빠르게 혈류를 복구하는 재관류 치료가 표준 요법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혈관 개통 이후에도 위험은 끝나지 않는다. 혈액이 다시 흐르는 과정에서 신경전달물질이 급격히 분비돼 뇌세포를 다시 손상시키는 '재관류 손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병 시점과 손상 정도가 예측이 어려워 임상현장에서 난제로 꼽혀 왔다.
이러한 재관류 손상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아 온 것이 '저체온치료'다. 환자의 체온을 일정 수준 낮춰 뇌대사를 줄이고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심정지 후 소생 환자에서는 이미 효과가 입증돼 표준 치료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뇌경색 환자에서는 목표 체온, 적용 시간 등 표준화된 근거가 부족해 임상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문제는 뇌경색 환자에 대한 저체온치료는 심정지와 달리 효과, 시행 기준 등이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아 현장에서 사용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그간 연구들이 △목표 체온 △지속 시간 등의 변수가 통제되지 않은 후향적 관찰 방식에 그친 탓이다.
연구팀은 2016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뇌경색 재관류 치료를 받은 40명을 무작위 배정 및 대조해 저체온치료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전향적 연구를 수행했다. 뇌경색 발병 후 8시간 이내 혈관을 개통한 환자들이 대상이었으며, 48시간 동안 35℃의 저체온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 결과, 저체온치료 과정에서 모든 환자가 기관삽관 또는 인공호흡기 없이 목표 체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했으며, 심박수 감소와 같은 부작용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됐다. 임상적 예후는 저체온치료군과 비치료군 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아 향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한 효과성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저체온치료가 재관류술을 받은 뇌경색 환자에서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음을 밝혀 맞춤형 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강력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문구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관을 재개통한 뇌경색 환자에서 저체온치료를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을 세계 최초로 제시한 전향적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라며 “미국, 유럽 등에서 활발하게 시행되는 치료법인 만큼, 본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저체온치료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입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뇌졸중 분야 학술지 '스트로크(Stroke, IF 8.4)'에 게재됐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