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가전 타이틀을 수성하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기업들은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강조하며 사용자 경험 극대화로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감성까지 챙겨주는 AI가전으로 경쟁자인 중국의 물량·가격 공세에 맞서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제조 AX(M.ax) 얼라이언스 AI가전 분과를 꾸려 국내 산재된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가전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도 AI가전 대열에 합류시키고, 국내 가전 제조산업 전체를 업그레이드 한다. AI가전 얼라이언스는 가전산업 전반에 AI DNA를 확산해 2030년 글로벌 시장 1위를 달성할 AI가전 제품 10개를 개발, 넘버 원 가전 제조 한국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

◇중국의 거센 추격, 국내산업 정체, 특단의 조치 필요
세계의 공장 중국은 과거 저품질·저가격에서, 디자인차별화·고급화·AI혁신기술의 프리미엄급 가전으로 올라서 세계 글로벌 톱 경쟁에 참여 중이다. 유럽 최대 가전·정보통신 전시회 'IFA2024'에 참가한 총 2200개 기업 중 중국기업은 1300여개로 최대규모였고, 제품 수준도 국내 삼성·LG와 경쟁 가능 수준이었다. 올해도 IFA에 참가한 기업 약 1800곳 중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 기업들만 약 800곳에 달할 정도로 중국의 존재감은 커졌다.
무엇보다 중국은 고가·대형 가전과 별도로 다수의 소형가전 브랜드들이 자사 기술혁신과 함께 외국 유명디자이너 영입, 유럽가전기업 인수 등으로 프리미엄화 전환하고 있다. 2025년 중국세관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2024년 가전제품 수출액은 1001억달러로 전년 대비 14.1% 증가했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의 성장은 정체 상태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가전산업은 생산과 수출 모두 감소세로 삼성·LG 등 주요 기업들이 성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최근 5년간 가전 분야에서 삼성은 연평균 6.3%, LG는 4.2% 성장했지만, 한국 전체 생산액은 연평균 0.4%, 수출액은 1.6% 감소했다.
국내 가전산업의 성장 정체 원인으로는 세계 가전 시장에 생산비용 절감과 수요시장과 인접한 해외공장에서 제품 대부분을 생산하는 방식이 뉴노멀로 정착된 것이 꼽힌다. 이로 인해 국내생산 수출지표도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기업은 저가의 가격경쟁력과 거대한 자국 내수를 기반으로 한국기업을 상회하는 규모의 성장을 달성 중으로, 치열한 글로벌 상위권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래시장이자 고부가가치 영역인 스마트홈과 AI기술에서도 경쟁 우위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 가전 산업의 전체 역량이 경쟁국에 비해 약화되면서 가파르게 성장 중인 스마트홈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2023년 조사한 '국내 스마트홈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홈 산업 분류에 해당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생산 중인 10인이상 기업체 275개사 중 대기업은 0.6%, 중견기업 3.8%, 중소기업 95.6%이었다.
가전 생태계의 대부분(약 95%)을 차지하는 중견·중소가전기업은 AI역량이 취약하며, AI 생태계를 이끌 선도기업이나 투자 구심점도 부족한 상황이다. 거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대폭적 정부 자금지원, 대규모 기술개발 등을 과감히 추진하는 중국기업에 비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에서 한계에 부딪혔다.
정부가 국내 산재된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AI가전 얼라이언스' 출범·운영하는 이유다.
◇AI 가전 얼라이언스 글로벌 1위 제품 10개 만든다
AI 가전 얼라이언스는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등 가전기업과 부품·센서 기업 및 전용 반도체 설계·제작, AI 모델 개발 기업, 대학 및 연구기관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서로 필요한 범위에서 사업 공동기획 및 데이터셋 공동활용 등을 추진할 수 있다.
2027년까지 가전 AI제품 개발과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축적·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2028년까지 초소형·저전력 센서·액추에이터,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등 핵심 부품 및 가전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병행한다.
또한 AI가전의 안전성·신뢰성 확보를 위해, 기술력·안전·보안성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검증하는 표준·인증 제도도 마련해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 1위를 달성할 가전 제품 10개를 개발하고 AI가전 역량을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도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AI 얼라이언스가 만들 미래 AI가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AI TV'다. 현재의 대화면·고화질 스마트 TV를 '사용자 맞춤형 AI TV'로 만들 계획이다. 이 제품은 손동작을 통한 제어, 주변 환경 인지 및 콘텐츠별 최적화 서비스, 스마트홈 기기 총괄 허브 기능 제공 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세탁 끝나면 알려줘'라고 말을 하면 TV가 스스로 세탁기 상황을 TV화면에 표시하고 종료시 알려주는 형태다. AI 얼라이언스는 AI TV를 개발하기 위해 TV 특화 AI칩셋(영상), 부품(센서), AI학습·추론엔진(사용자·환경) 등 개발요소를 연구한다.
또 다른 주요 제품은 AI 냉장고다. 최근까지 개발된 냉장고는 냉장·냉동의 에너지효율(절전모드), 터치스크린·스마트폰 연동 조작, 단순 식자재·유통기한 확인(바코드 활용) 등 식품 보관기였다. AI 냉장고는 사용자 식습관·행동·패턴을 학습해 개인 맞춤형 식단·건강관리, AI 비전 인식을 통한 식재료 관리(신선도·부패 예측), 레시피·조리추천 등이 가능하다. AI가 알아서 부족한 식재료의 구매를 지원하고, 조합 가능한 레시피를 제공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AI 가전의 핵심기기는 'AI홈 비서가전'이다. AI 가전 얼라이언스는 가사활동 총괄 관리, 가족 구성원 케어 등을 할 수 있는 AI홈 비서가전을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볼리(삼성), Q9(LG) 등 가전사들이 초기모델 개발 중이며, 집안내 TV·냉장고 등 가전을 활용한 가사활동 수행, 고령자·어린이 대상 돌봄 케어, 집안내 보안관리 등 스마트홈의 비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AI홈 비서가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음성·영상·센서(멀티모달) AI, 기기·사람간 상호작용 연동기술 등이 요구된다.
용석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회장은 “앞으로 20년은 AI와 지속 가능성의 시대”라며 “AX 가속화를 적극 추진해 산업 생태계 성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