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기고]AI 시대, 교육이 변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

마대성 한국정보교육학회 회장. (광주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마대성 한국정보교육학회 회장. (광주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세계는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이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결정짓는 'AI 대전환(AI Transformation)'의 정점에 서 있다. 과거의 산업 혁명이 기계화와 전산화에 기반을 두었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현재의 변화는 AI가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고 보완하는 형태로 진화하며 모든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과학기술 주권 국가'를 국정의 핵심축으로 설정하고, 'AI 3대 강국(G3)' 도약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025년 현재, 각종 글로벌 지표가 가리키는 한국의 AI 경쟁력은 '가능성'과 '위기'가 공존하는 상태다. 스탠퍼드 대학교 인간중심 AI 연구소(HAI)가 발표한 'AI 인덱스 2025'와 토터스 미디어(Tortoise Media)의 '글로벌 AI 지수' 등에 따르면, 한국은 하드웨어 인프라와 특허 출원 수 등에서는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나, 핵심 인재의 밀도(Talent Density)와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역동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경쟁국들과 비교하면 열세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단연 '인재'와 '교육'이다. AI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20세기형 산업 인재양성 모델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었음에도, 학교 현장에서는 정보(SW·AI) 교육 시수 부족, 입시 위주의 과목 편중, 디지털 인프라의 활용도 저하 등의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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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모두를 위한 AI 인재양성 방안'은 이러한 국가적 의지를 담아 1조 4000억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고, 5.5년 만에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패스트트랙을 신설하고, AI 중점학교를 2000개 확대 등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가 그리는 'AI 강국'의 미래와 학교 교실의 '현재' 사이에는 깊은 괴리가 존재한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교육 시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정보 수업은 고작 34시간에 불과하다. 이 중 절반은 타 교과에 포함되어 운영되고, 나머지 절반은 학교장 재량에 맡겨져 축소되거나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우리 아이들이 정작 공교육에서는 AI의 기초인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조차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맛보기' 체험에만 그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의 경우 영국은 이미 10여 년 전인 2014년부터 만 5세 아동에게 코딩을 필수 교과로 가르치며 '컴퓨팅 사고력'을 의무화했다. 중국의 베이징시에서는 올해 가을 학기부터 초·중·고 전 학년에 AI 교육을 의무화하고, 학년당 최소 8시간 이상 필수로 가르치도록 하였다. 그들은 AI를 국어, 수학과 같은 '기초 문해력'으로 간주하고, 국가의 명운을 걸고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국·영·수 중심의 입시 교육이라는 철옹성에 갇혀, 미래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인 '디지털 리터러시'를 쥐여주는데 인색하다.

일각에서는 AI 교육 강화를 우려하며,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주입식 교육이나 사교육 유발 및 교육 격차 심화를 지적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우려는 세심하게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교육이 AI 교육을 포기하거나 소홀히 하면 그 빈자리는 고스란히 값비싼 사교육 시장이 차지하게 된다는 점이다. 공교육 내에서 질 높은 AI 교육을 보편적으로, 그리고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계층 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모두를 위한 AI'를 실현하는 가장 확실한 '교육 복지'를 실현하게 될 것이다.

재정 투입과 하드웨어 확충만으로는 AI 강국을 만들 수는 없다. 정부는 정보 교과 시수의 획기적인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초등에서 AI·정보 리터러시를 가르칠 수 있는 충분한 시수를 확보하고, 중·고등학교에서도 필수 이수 단위를 확대하고, 정보 교과를 실질적인 기초 필수 과목으로 해야 한다. 또한, 매년 급속도로 발전하는 AI·정보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교원 양성 및 현직 교원 연수에 적극적으로 힘써야 한다.

진정한 AI 강국은 몇 명의 천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탄탄한 기초 교육을 받은 두터운 인재 층, 즉 '인재 밀도(Talent Density)'가 높은 나라만이 AI 시대의 패권을 쥘 수 있다. 지금의 골든 타임을 놓친다면, 우리는 20세기 후반 강국의 영광을 뒤로하고 'AI 기술 식민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AI 3대 강국'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퍼즐은 바로 낡은 교육의 틀을 깨고 '충분한 AI 교육 시수 확보'와 '과감한 교육 대전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