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전에 생각했던 열차 여행을 친구 양원 시인의 안내로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전날 광주전남미래비전 행사를 마치는데, 광주에 첫 눈이 내린다. 내일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걱정이 된다. 아침 눈이 쌓여 움직이지 못하면 열차를 탈 수 없을 수 있다고 연락했다. 그러나 친구는 눈이 내리면 열차 여행은 더 멋있지 않겠느냐고 나무란다.
12월 4일 아침에 일어나니, 눈은 어제 저녁 후로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송정역에 가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승용차와 택시, 버스가 있다. 언젠가는 지하철을 타는 것이 최선일 때가 올 것이다. 이번에는 당장 간편한 방법으로 승용차를 택했다. 송정역에 도착하니, 서울에 올라가는 여행객과 목포로 내려가려는 여행객이 두개의 플랫폼으로 나누어 타기 시작했다. 역시 서울 쪽이 많다.
광주송정역은 겸손하다. 화려하지 못해 순수하다. 자본주의 상징 백화점이나 쇼핑몰도 없다. 주차장만 덩그러니 멀리 보인다.
그래도 목포 쪽도 생각보다 적지는 않았다. 물론 광주에서 여행객이 많이 내려서 열차 안은 쓸쓸하다. 항상 우리 고장 음식을 홍보하는 마음으로 구입하는 모시 송편 3꾸러미를 샀다. 왜 경주빵처럼 유명한 상품이 나오지 않을까? 언젠가 내가 계속 사주면 K-푸드에 들어갈 것이다.
10시 15분 목포행 KTX열차 출발! 같이 동행하는 여주가 내 좌석으로 왔다. 목포는 가깝다. 37분 정도에 도착한다. 요금도 그리 비싸지 않다. 경로 할인도 있다. 왜 우리는 광주에 가두어 져 살고 있을까? 목포에 도착하니 양원 시인이 기다린다. 아직 신보성 행 열차 시간에 여유가 있는 모양이다. 여주가 차를 살 테니 마시자고 아우성이다. 잠 못 자고 받은 월급일 텐데! 시인이 공금으로 하면 된다고 한다. 차 한잔은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있나 보다.
목포역은 광주송정역과 같이 화려하지 않다. 우리가 없어지면, 후손들이 멋있는 역이 있는 목포에서 살기를 기원해 본다.
11시 28분 출발이다. 그래서 목포의 시내를 나오면서 긴 터널의 시내를 지난다. 김대중선생께서 힘을 쓴 덕으로 지하화 했다고 한다. 겨우 그것 하나 받았다고 감사해야 하나? 언제가 분주해질, 많은 사람들이 개발될 거라고, 투자했던 임성리를 지난다. 여기가 확장되어 무안 공항과 광주와 해남의 데이터센터를 잇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
영암역, 해남역, 강진역, 전남강진역을 지난다. 바닷가여서 평야인 줄 알았는데, 꽤 터널이 많다. 군중에 가장 면적이 큰 해남군, 군중에 가장 면 수가 많은 고흥군(2읍14면)이라는 시인님의 해박한 지식에 눌려서 말을 꺼내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도 열차 여행은 즐겁다. 여자들의 수다를 압도하는 고희들의 놀이라고 할까? 어차피 인생은 놀다가 가는 것이니까! 기억력이 생생한 시인은 친구들의 고향까지도 꿰고 있다. 많이 들어 본 득량역! 아직도 그 역은 사람이 내리고 올라 탄다. 60년 전에 친구 태기가 광주 유학을 갔던 것처럼. 그 다음에 평야가 펼쳐진다. 예당평야?

거의 두시간 만에 별교역에 도착한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오늘의 주제, 꼬막정식! 시인이 찜 해 놓은 식당은 휴무였지만, 꼬막 식당은 지척에 깔려있다. 조정래 문학관을 가기도 전에 소화다리(부용교)를 보고 시인의 “태백산맥” 안내는 시작된다.
벌교역에 도착하자마자, 꼬막의 이야기와 접하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 '태백산맥'이다.
꼬막 식당의 이야기를 뺄 수 없다. 꼬막이 들어간 요리가 7가지고, 그런데 막걸리가 없으면 안돼지. 내가 우겨서 겨우 두잔 씩 했다. 물론 시인은 끝까지 잔을 물리치고 만다. 그대신 한배가 마셔야 하는데 하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꼬막으로 든든하게 채운 배를 등에 지고 조정래 문학관을 향했다. 기억에 남는 몇가지가 있다. 나도 소년시절에 썼던 소설을 인정받았으면, 지금쯤 천재 소년 소설가였다고 했을 텐데! 한편 쓴 소설이 없어져 버려 증거가 사라졌다. 애독자들의 필사를 모아둔 코너가 눈에 꽂혔다. 나태주 신인의 강연을 들으면서 문학가의 영향력에 놀랬다. 최근 나의 강연에는 고작 30명이었는데, 과학자의 삶은 별로 신통치 못하다.

조정래 문학관 입구에서 잠시 멈춰서 무언가 생각하고 있다. 애독자의 필사본 작업은 고행의 길이 아니었을까?
시인의 이끌림으로 전망대에 올랐고, 억새풀 사이를 걸으면서 친구들의 추억을 남겼다. 억새는 새가 아니라는 시인의 설교 급의 설명은 아직도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무등산에 있는 억새가 갈대인 줄 알았던 때가 있었고, 지금도 갈대와 억새를 혼동할 때가 많다. 첨산은 어렸을 때 사용했던 펜촉처럼 날카롭다. 여유 있게 벌교 시장 통을 지나서 역으로 가야한다. 여주의 오랜 여친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문학관 전망대에 있는 억새 밭 길과 벌교 전통시장에서 한 컷!
4시 12분 벌교 출발 거의 두시간을 걸려서 광주송정역에 도착한다. 화순에 가까워지자 거의 만달을 채운 달이 동녘의 산 등성이의 나무에 걸쳐 있다. 내가 사진을 잘 못 찍는다고 친구들이 구박한다. 맛있는 꼬막정식으로 집에 들어와 아직도 배가 불러서, 저녁을 찾아 먹지 않아도 좋았다.

광주에 바로 오기위해서는 벌교에서 열차를 타야 한다. 아직 조금 채우지 못한 보름달이 벌써 얼굴을 내민다.
호남 아니면 5극의 한 축으로 광주 전남의 광역 교통은 이다지도 구축하지 못했을까? 정치가들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청년들이 서울로 간다고 한다. 지역에서도 행복하게 삶을 보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래도 최근 목포에서 벌교까지 잇는 철도를 완성하여, 벌교는 목포와 광주로 가는 열차 분기점이 되었다.
다음에는 해남도 가고, 강진에 들리고, 장흥에서 내리고 싶다. 차편이 4편밖에 없어서 편리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시인의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열차만 고집하지 말고 버스와 믹스하자고 한다. 에너지 믹스도 아니고, 교통 믹스!

정책은 채택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너무 애타지 말고 쉬엄쉬엄 하라는 말에 공감한다. 오늘 여행이 하나의 표준이 되어 장기적으로 어느 때나 떠나면 남해안을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열차편이 10개가 넘도록 우리가 이용하자. 서울의 노인네들이 짝짝이 춘천에 가서 닭갈비 먹고, 온양 온천에 가듯이 말이다.
시드니에서 북으로 비행기로 얼마를 가면 골드코스트가 있다. 거기에 관광지가 있는데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학회가 있었다. 동료 윤태호 교수의 도움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이 곳은 별로 번화가도 아니어서, 옆에 있는 브리즈번을 방문하기로 했다. 온전히 열차를 타고 방문할 수 있어서, 누구에게나 편리한 여행지가 될 수 있다.
부산은 외국인의 천국이다. 그래도 여수는 그 다음이라도 간다. 그럼 그 아름다운 전남 남해는 언제까지 가두어 둘 것인가? 우리가 포럼으로 나누었던 이야기 '광주전남 광역교통망 구축'은 이루어져야 한다.

이재석 광주과학기술원 명예교수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