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범용인공지능(AG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 '넥스트AI(가칭)'를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진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정책기획관(국장)은 9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 'AGI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진수 국장은 정부의 AGI 연구·조직 구상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약 400~500억 원 규모로 연구자들이 주제를 자율적으로 정해 추진하는 AGI·넥스트 AI 과제를 시작했지만, 내년부터는 향후 5년을 내다본 대규모 AGI 연구개발(R&D)을 본격적으로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넥스트 AI, 넥스트 AGI를 뒷받침할 연구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예전처럼 정부 출연연 형태의 고정된 조직 구조는 AI처럼 빠르게 변하는 분야에는 맞지 않는다고 보고, 가능하면 민간 석학들이 참여해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새로운 연구기관을 내년 하반기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AI 인프라와 관련해선 “엔비디아와 협력해 26만장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는 계획을 세웠고, 이 가운데 약 5만 장은 정부 몫으로 학계·산업계 연구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라며 “이는 단순히 연산 자원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연구자들이 자원 부족 때문에 해외로 나가야 하는 상황을 줄이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유창동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안정호 서울대 교수가 'AGI 시대를 대비하는 개인·기업·국가의 자세'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안 교수는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전장을 잘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며 “국가는 공정한 규칙을 정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AI를 따라잡을 수 있는 엘리트 집단을 양성하고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성을 바탕으로 둔 조직에 양질의 데이터와 인프라를 적시에 공급해 줄 수 있는 국가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건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최상위 AI 학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나온 논문 비중이 약 6%로, 중국(50%), 미국(20%)에 이어 3위권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며 “AI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졸업 후 한국에서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인재 유출을 막는 데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해외 인재가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만들고, 국내에서도 연구자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AGI 시대를 앞두고 전력 수급 문제도 지적됐다. 이영탁 SK텔레콤 부사장은 “정부 전력수급계획에는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3.3기가와트(GW) 수준으로 잡고 있지만, 현실적 필요량은 최소 15GW에 이른다”며 “발전소 인근에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송전망·입지 규제를 합리화하는 등 특화된 인프라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