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맹성현 태재대 기획부총장, “AI 시대, 경쟁력 키우려면 직접 경험 늘려라”

맹성현 태재대 기획부총장이 AI 시대의 교육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권미현 기자)
맹성현 태재대 기획부총장이 AI 시대의 교육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권미현 기자)

인공지능(AI) 등장은 사회 전체의 격변을 가져왔다. AI 시대를 선도적으로 연구한 맹성현 태재대 기획부총장이자 전 카이스트 교수는 “인간 고유 경쟁력은 AI가 결코 가질 수 없는 부분에 있으며 학생과 대학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맹 기획부총장이 제시하는 AI 시대 교육의 방향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챗GPT 등장 전부터 AI 시대를 준비하고 최근 관련 책도 냈다.

▲지난 30년간 자연언어처리와 챗봇 연구를 진행해왔다. 2022년 챗GPT가 등장했을 때, 잠재력은 예상했지만 등장 시 파급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초청 강연을 하며 느낀 점은 교육 현장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AI 기술 소개'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고 AI 시대에 사회·직업·교육 전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하고 싶었다. 세상을 바꾸는 변화의 경고이자 계몽을 목적으로 'AGI(범용인공지능)와 인간의 미래'라는 책을 냈다. AI 시대 문제의식도 담고 싶었다.

-AI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은 무엇인가.

▲인간이 확실한 우위를 갖는 영역은 '자기성찰지능'이다. 여기에 더해 감정·정서·느낌 등 직접 경험과 느낌에 기반한 지능은 AI가 사람 수준으로 따라오기 어렵다. 자기성찰지능은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몸과 의식, 감각이 있어야 가능하다. AI는 몸이 없고 내적 심상도 없다. 깊은 성찰, 감정, 공감 등 능력은 AI가 구현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 능력이고 이를 '인간다움'이라 표현한다.

-AI와 경쟁하기 위해 인간은 어떤 능력을 더 키워야 하나.

▲인간의 고유 능력인 느낌과 이를 발현할 수 있는 '직접 경험'을 강화해야 한다. 요즘 친구들은 여행 브이로그를 보고 마치 그 도시를 다녀온 것처럼 말하고, 먹방을 보고 음식을 먹어본 것처럼 이야기한다. AI는 바로 이런 매개화된 경험, 즉 '간접 경험의 집합체'다. 텍스트·이미지 데이터를 방대하게 학습하지만 실제로 추위를 느끼고 숲 냄새를 맡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한 적은 없다. 이것이 인간의 경쟁력이다.

[에듀플러스]맹성현 태재대 기획부총장, “AI 시대, 경쟁력 키우려면 직접 경험 늘려라”

-직접 경험이 창의성과 어떻게 연결되나.

▲직접 경험은 몸과 감각이 모두 동원된다. 새로운 상황을 겪으며 느끼는 감정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것이 새로운 생각과 창작의 원천이 된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것은 백성의 삶과 말하는 방식을 몸으로 느낀 경험과 애민사상 덕분이다. AI가 음성 구조와 데이터를 분석해 문자를 설계할 수는 있지만, 감정과 공감에서 나온 창제는 할 수 없다. AI가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평균적 결과물'을 내놓는 것과 인간의 감정이 깃든 창작물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AI 시대,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교육 역량은 무엇인가.

▲핵심은 문해력이다. AI가 글을 써주지만 의미를 해석하고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는 능력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AI를 두려워하거나 맹신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고 책임 있게 활용하는 힘이 필요하다. 동시에 비판력도 필수다. AI의 답을 그대로 믿지 않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질문해야 한다. 인간다움 또한 강화해야 한다. 느낌, 감정, 공감, 성찰 등 직접 경험에서 나오는 통찰은 AI가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더 중요해질까.

▲인문학은 AI 시대에 더 필요해진다. 인간다움이 AI 시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고, 전체 숲을 보는 능력은 인문학이 강하게 가진 영역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이들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일한다. 한국 기업도 인문학 전공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인문학이 AI 시대에 사용될 영역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미래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직접 경험을 많이 하라. 영상으로 간접 체험에 머무르지 말고, 직접 보고 느껴야 한다. 몸으로 겪고 생각하며 표현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AI 시대에 대적할 인간다움과 창의성의 기반이 단단해진다. AI 시대의 역량 강화는 인간이 압도적으로 우위인 영역에서부터 중점을 둬야 한다.

◆ 맹성현 태재대 기획부총장

지난 30여 년 자연언어처리, 텍스트마이닝 등 2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연구에 매진해왔다. 카이스트 ICT 석좌교수, 국제협력처장 등을 역임, 디지털인문사회과학센터 초대 센터장을 지냈다. 현재 태재대 기획부총장으로 재직 중이며, 챗GPT 등장 이전 국제 질의응답 챌린지 'HotpotQA'에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