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암 발병 위험이 높은 유전적 돌연변이를 가진 남성의 정자가 정자은행을 통해 유럽 전역에 확산해 논란이 됐다.
당초 보도에서는 67명이 남성의 정자로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는데, 추가 조사결과 최소 197명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사건은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한 아이가 암에 걸리면서 발견됐다. 검사 결과 아이에게서는 암 억제 유전자인 TP53에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이에 아이의 부모는 시술을 받은 난임 클리닉에 이 사실을 알렸고, 같은 정자로 예상보다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TP53 유전자 돌연변이는 희귀 질환인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을 유발한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따르면, 이 질환자는 60세까지 한 가지 이상의 암에 걸릴 확률이 90%에 달하며, 40세 이전에 암 발병률도 50%로 매우 높다.
TP53 돌연변이를 가진 한 남성은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생각해 오랜 기간 정자를 기증했다. 그러나 민간 정자은행을 통해 이 정자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5월 학회를 통해 발표된 남성의 생물학적 자녀는 67명이었다. 당시에도 이 중 10명이 뇌종양이나 호지킨림프종 같은 암을 진단받았으며, 13명은 암은 발병하지 않았지만 유전자를 보유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BBC 등 14개 공영방송사가 진행한 합동 조사에서 더 많은 어린이가 발견됐다.
확인 결과 덴마크 유럽 정자은행(ESB)을 통해 14개국 67개 병원에서 사용, 그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는 총 197명이 확인됐다. 일부 아이들은 이미 암으로 사망했으며, 암에 걸리지 않았지만 해당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도 있었다.
BBC는 “모든 국가의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성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들은 197명보다도 많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런던 암 연구소의 클레어 턴불 암 유전학 교수는 CNN에 “리-프리우메니 증후군은 가족에게 전하기 매우 힘든 진단”이라며 “평생동안 암에 걸릴 위험도 매우 높고, 특히 소아암 발병 위험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턴불 교수는 “이번 사건은 극히 드문 두 가지 사건이 운 나쁘게 동시에 발생한 사례”라며 “1만명 중 1명 미만으로 발생하는 희귀 유전질환의 돌연변이를 가진 기증자, 그리고 그 정자가 이례적으로 많은 아이의 출산에 사용돼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