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와 플랫폼의 협력 없이는 국내 미디어 시장 붕괴를 막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혁 SK브로드밴드 부사장은 12일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행사 특별강연에서 “미디어 산업 위기 문제 해결의 주체는 결국 산업 내부”라며 “국내에서 가장 큰 유료방송 플랫폼인 IPTV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콘텐츠 강국 대한민국이 미디어 산업 하기는 가장 어려운 나라”라며 “콘텐츠 없는 플랫폼은 빈집이고 플랫폼이 없는 콘텐츠도 어려운 상황으로 콘텐츠와 플랫폼이 함께 해야 지금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IPTV 시장을 중심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IPTV를 통해 연간 콘텐츠 거래에 이뤄지는 시장 규모가 “5조가 넘는다”며 “이 시장이 유지되고 그 위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든 광고기반무료스트리밍서비스(FAST)든 다른 게 얹어져야 시장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미국 시장 사례를 언급하며 유료방송이 OTT와 경쟁하기 위해 상품 구조를 전환한 흐름을 설명했다. 채널 중심 요금제에서 벗어나 채널과 OTT를 결합한 패키지, 셋톱박스를 넘는 앱 중심 서비스로 전환한 결과 가입자 감소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내놨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미디어 규제 체계가 플랫폼 형태에 따라 나뉘어 있는 현 구조가 실제 경쟁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동일시장·동일규칙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김 부사장은 “광고·구독·시청 시간 등에서 OTT와 사실상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만큼 IPTV가 OTT와 같은 패키지를 허락해 달라”며 최소한의 경쟁 조건을 맞춰달라고 주문했다.
정부도 규제 체계의 유연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강도성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미디어진흥국장은 축사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확산과 글로벌 OTT의 부상에 따른 IPTV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기존의 규제는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IPTV 출범 17주년을 기념해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인을 격려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디어 업계 종사자, 학계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 약 170명이 모였다.
협회는 '2025 IPTV의 날'을 맞아 '미디어 리부트, IPTV가 여는 새로운 연결'이란 제목의 저서를 발간해 선보였다. 협회는 급격한 미디어 산업 환경 변화 속 IPTV의 현안을 되짚어 보고, IPTV의 재도약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저서 발간을 기획했다.
이병석 한국IPTV방송협회 회장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IPTV를 비롯한 유료방송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며 “차별화한 콘텐츠 개발·발굴, '혁파'수준의 미디어 산업 규제·제도 개선, 지속 가능한 투자 기반 구축, 생성형 AI를 활용한 지능형 미디어 플랫폼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