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도 수출 다변화…세계 시장서 韓과 진검승부

중국 수출차 전용 선박.
중국 수출차 전용 선박.

중국이 수출선을 미국에서 제3국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나 유럽연합(EU) 등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는 것인데, 우리나라와의 수출 경합도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5일 발표한 '美 관세 부과 이후 중국 수출선 전환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중국이 대미 수출 비중을 줄이는 대신 제3국으로 수출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대상국 집중도를 나타내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10월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7% 감소했지만, 베트남·인도 등 제3국을 중심으로 한 대세계 수출은 5.3% 증가했다. 무선통신기기와 컴퓨터, 배터리 등 미국 시장 주력 품목에서 대미 수출 감소 폭이 컸지만, 제3국 수출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

소비재보다 중간재에서 수출선 전환이 두드러졌다. 중국산 중간재의 제3국 수출은 올해 10월까지 10.5% 늘어 자본재와 소비재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유통과 브랜드 제약이 상대적으로 큰 소비재보다, 글로벌 공급망에 깊게 연결된 부품·소재 중심으로 수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수출이 몰리는 제3국은 아세안, EU, 인도, 아프리카 등 네 곳으로 압축됐다. 이들 지역은 한국의 주력 수출시장과 상당 부분 겹치는 곳으로, 향후 한·중 간 수출 경합 심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고서는 “아직 경합도가 큰 폭으로 높아지지는 않았지만, 과거 트럼프 1기 당시 관세 국면 이후 EU와 인도, 아프리카에서 한·중 수출 경쟁이 지속적으로 심화한 전례가 있다”며 “중국과 경쟁이 집중되는 시장에서는 기술·품질 중심의 고부가가치 전략을 강화하고, 품목 다변화를 통해 경쟁 압력이 낮은 영역에서 선제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