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저리' 감독 로브 라이너 피살에… 트럼프 “분노 일으켜” 조롱

트럼프 조롱 섞인 애도에 공화당도 '난색'

14일(현지시간) 살해당한 미국 영화감독 로브 라이너(오른쪽)와 아내 미셸 라이너. 사진=EPA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살해당한 미국 영화감독 로브 라이너(오른쪽)와 아내 미셸 라이너. 사진=EPA 연합뉴스

영화 '미저리', '어 퓨 굿 맨', '플립'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미국의 영화 감독 로브 라이너가 아내와 함께 아들에게 살해돼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당원이었던 라이너 감독 부부 피살 사건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신착란 증후군으로 인해 상대에게 분노를 일으켜 살해당한 것”이라는 주장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라이너 감독과 아내 미셸 라이너는 전날 오후 3시 38분께 로스앤젤레스(LA) 자택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의 나이는 각각 78세, 68세였다.

사건의 용의자는 각본가 닉 라이너(32)로, 부부의 아들이었다. 닉은 10대 시절 마약으로 중독 문제를 일으켰으며 재활센터와 노숙 생활을 전전한 이력이 있다. 로브와 닉 부자는 2015년, 부자관계를 그린 영화 '찰리'를 함께 완성해내며 관계를 회복되는 듯했으나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로브 라이너의 사망 소식에 각계각층에서 추모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대한 조롱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로브 라이너 감독 피살 사건에 대해 작성한 메시지. 사진=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로브 라이너 감독 피살 사건에 대해 작성한 메시지. 사진=트루스소셜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어젯밤 할리우드에서 매우 슬픈 일이 일어났다. 한때 재능 넘치는 영화감독이자 코미디 배우였지만 고뇌에 찬 삶을 살았던 로브 라이너가 아내 미셸과 함께 세상을 떠났다”는 글을 적었다.

이어 “그는 '트럼프에 대한 광증 증후군'(TRUMP DERANGERMENT SYNDROME)으로 알려진 극복할 수 없는 정식 착란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을 분노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가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격렬한 집착으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위대한 목표와 기대를 뛰어넘어 미국의 황금기를 가져왔다”며 “로브와 미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조롱 섞인 애도로 글을 마무리했다.

로브 라이너는 영화계에서 가장 활동적인 민주당원 중 한명으로,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드러내며 관련 활동에 적극 나선 것으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2017년에는 연예매체인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당시 대통령인 트럼프에 대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정신적으로 부적합한 인물이며, 미국 대통령직을 맡은 인물 중 가장 자격 미달인 사람”이라고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정치적 대척점에 선 인물이라도 사망 소식에는 애도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고인을 모독하는 글을 올리자 공화당 인사들도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공화당 소속인 토마스 매시 켄터키주 하원의원은 “로브 라이너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어떠했든 간에, 이는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람에 대한 부적절하고 무례한 발언”이라며 “공화당 동료들과 부통령, 그리고 백악관 직원들은 두려움 때문에 이를 무시할 것 같지만, 누가 감히 이 발언을 옹호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마찬가지로 공화당 소식은 마조리 테일러 그린 조지아주 하원의원도 “이 사건은 정치적 문제가 아닌 가족의 비극”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매시 의원과 그린 의원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의견을 종종 게시한 인물이다. 그러나 백악관에 반대하지 않았던 마이크 롤러 뉴욕주 하원의원, 스테파니 바이스 오클라호마주 하원의원 등도 잇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게시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