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기후에너지부 등 정부 부처 업무보고에서 에너지 현안을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성'과 '과학'에 근거해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에너지 문제가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상황을 차단하고, 효율성에 입각해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원별 발전단가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기후에너지부의 해상풍력 확대 계획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후부가 2030년 발전단가 목표로 육상풍력 150원/㎾h, 해상풍력 250원/㎾h을 제시하며 설비 용량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보고하자 효율성을 점검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태양광은 이미 (㎾h당 발전단가가) 100원 수준이고 원자력은 65∼70원 정도인데, 왜 굳이 250원짜리 전기를 생산하는 해상풍력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최선을 다해도 250원이고 태양광은 100원 수준이라면, 태양광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이 “설비 용량이 5GW를 넘어가면 단가가 200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고, 기자재 등 연관 산업 기여도가 크다”고 설명했지만, 이 대통령은 “산업 발전을 위해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 투자하자는 것이냐”며 “장기적으로 봐도 태양광보다 비싼 해상풍력에 매달려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원전 정책과 관련해서는 '탈정치'와 '과학적 팩트'를 강조했다. 원전 건설 소요 기간을 두고 김 장관이 “10년에서 15년 걸린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7년이 걸린다는 주장도 있다. 정당마다 말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김 장관도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 못 믿겠다. 당적이 없는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이 대신 말해보라”며 웃음 섞인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진영 논리를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만을 보고받겠다는 의중을 강조한 것이다.
이 밖에도 이 대통령은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의 2035년 상용화 계획에 대해 “수천억 원을 투입했다가 실패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부피 감축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꼼꼼히 따져 물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에 대해서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원천 기술을 개량해 20~25년이 지났는데도 계속 자기 것이라며 한국 기업에 횡포를 부리는 것이 이해가 되느냐”고 비판했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이 '영업비밀의 무기한 보호' 법리를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논리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응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