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개발(R&D) 규모가 커지고 고도화되면서 위험물질을 다루거나 복잡한 실험장비를 사용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실험장비 사고를 장비 유형이나 원인별로 분리·집계한 통계 자료가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상목)은 이런 문제 인식에 따라, 연구자가 직접 연구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관리체계 구축에 참여하는 현장 주도형 안전관리 모델을 도입했다고 18일 밝혔다.
물리·화학적 위험요인을 내포한 특별관리대상 연구장비 30선을 선정하고, 연구자 참여형 위험요인 분석을 통해 안전관리 매뉴얼과 체크리스트를 개발·배포함으로써 현장 적용성을 높였다.
특히 관리 대상 장비를 중심으로 멀티미디어 기반 안전교육 콘텐츠를 제작해 장비 작동 원리, 주요 위험 요인, 필수 안전조치를 영상으로 전달하는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했다.
해당 콘텐츠는 연구자가 직접 장비를 작동·시연하며 위험 요인과 대응 방법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기존의 '보는 안전교육'에서 '현장 중심 안전교육'으로 전환했다.
취재형·이원중계형·토론형 등 3가지 촬영 콘셉트로 총 10편이 제작됐으며, 흄후드·시약장 등 기초 연구시설부터 사출성형기·대형 로봇시스템까지 다양한 연구 장비와 환경을 포괄하고 있다.
특히 국제 공동연구 및 인력 교류 확대에 따라 외국인 연구자들도 안전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모든 콘텐츠에 영문 자막을 포함한 영문판 교육 자료를 제공해 언어 장벽으로 인한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했다.
아울러 학생연구원, 비상근 직원 등 안전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교육·관리 체계도 강화했다. 학생연구원의 법정 안전교육 이수 여부를 졸업 요건과 연계해 관리함으로써 정기 안전교육 이수율을 10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비상근 직원에 대해서는 근로계약 체결 시 안전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고, 미이수 시 근로계약 위반 및 후속 채용 제한을 적용하는 등 관리 기준을 명확히 했다.
기관 차원의 안전경영 기반도 강화하고 있다. 법정 안전교육 미이수 시 연구실 책임자에게 후속 채용 제한, 연구실 폐쇄, 과제 선정 시 감점 적용 등 책임 중심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연구 현장 개선을 위해 총 15.6억 원 규모의 안전 예산을 재정비하고, 매년 약 3억 원 이상의 신규 재원을 확보해 위험 요소 개선과 보호구 구입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안전업무 담당자에게 전문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평가·승진체계까지 연계함으로써 안전 전문가가 성장할 수 있는 조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2025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5개의 실험실이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신규인증을 받았고, 1개 실험실이 안전관리 최우수 연구실로 선정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상목 원장은 “안전·보안·청렴은 생기원 구성원이 반드시 견지해야 할 최우선 기본 의식으로, 현장맞춤형 안전교육 체계는 이러한 가치를 연구현장에서 구현한 사례”라며, “연구자가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국가가 신뢰할 수 있는 연구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더욱 공고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