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미니 청문회' 된 택배 사회적 대화…새벽배송 논의는 뒷전

택배 사회적 대화마저 쿠팡 때리기
‘새벽배송 금지’ 관련 논의는 사라지고
CLS 전수조사 부실에 비판 쏟아져
수세 몰린 쿠팡에, 1·2차 합의 이행 압박할 듯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택배 사회적 대화가 일방적인 '쿠팡 때리기' 구도로 흐르고 있다. 논란이 컸던 '새벽배송 금지' 논의 대신 1·2차 사회적 합의 이행 점검을 앞세워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거센 비판에 직면한 쿠팡이 사회적 대화에서도 수세에 몰리고 있다. 향후 쿠팡의 대응과 새벽배송 금지 논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4차 회의를 열었다. 기존 회의 참여자인 국토교통부, 택배업계, 노동계가 그대로 참석한 가운데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 관계자가 신규로 회의에 참석했다.

4차 회의에서도 새벽배송 논의는 자취를 감췄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의에서는 1·2차 사회적 대화 합의 사안에 대한 이행 점검이 주로 다뤄졌다. 국토교통부가 각 택배사 전수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이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회의 내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집중 포화를 맞았다. 전수 조사 결과가 불투명한 데다 1·2차 사회적 합의 이행 의지도 미약하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계와 여당 의원들은 물론 CJ대한통운, 한진 등 경쟁사마저 쿠팡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현장은 사실상 '쿠팡 청문회'를 방불케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은 △근로시간 △분류 작업 책임 △사회보험료 등 세 가지다. 1·2차 사회적 합의에서 택배사들은 △주 최대 60시간 근무 △분류 전담 인력 투입 및 대가 지급 △고용·사회 보험 가입 지원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참석자들은 당시 합의에 참여하지 않고 이번 사회적 대화에 처음 합류한 CLS도 해당 내용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쿠팡은 불명확한 기준과 투입 비용 등을 이유로 '어렵다'는 답변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리는 쿠팡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진 이후 열린 첫 번째 회의였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쿠팡이 시간만 끄는 '침대 축구'와 같다고 비판하는 등 참석차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1·2차 합의 사안 입법화로 강제성을 부여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반면 출범 초기 논란이 됐던 새벽배송 논의는 2차 회의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정보 유출 사태로 쿠팡이 수세에 몰렸지만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반발 여론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새벽배송 금지 반대'와 관련한 국회 청원 동의는 지난 19일 기준 6만7928명에 달한다.

향후 쿠팡에 대한 사회적 대화 압박은 1·2차 사회적 합의 이행을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민한 새벽배송 논의는 뒤로 제쳐두고 어젠다를 교체해 압박을 이어 가겠다는 포석이다.

다음 회의는 오는 26일에 열린다. 5차 회의부터는 택배 사용자 입장인 소상공인 단체와 소비자 단체가 참여하기로 했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형식은 사회적 대화였지만 사실상 '쿠팡 미니 청문회'로 흘러갔다”며 “이행 점검 이슈가 정리되기 전까지는 새벽배송 논의는 다시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