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콩GPT'의 함정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희망찬 농업·농촌,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는 나라'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산림청)-고용노동부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2025.12.1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희망찬 농업·농촌,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는 나라'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산림청)-고용노동부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2025.12.1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해양수산부 업무보고를 끝으로 이재명 정부의 첫 부처별 업무보고가 마무리됐다. 역대 정부 처음으로 전 과정이 생중계된 이번 업무보고는 정책 점검 방식뿐 아니라 공직자를 바라보는 풍경에도 변화를 남겼다. 보고가 끝난 뒤에도 장면 하나하나가 계속 회자되는 배경이다.

눈길을 끈 장면 가운데 하나로 '콩GPT'가 있다. 대통령 즉석 질문에 손을 들고 답한 농림축산식품부 식량국장의 모습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졌고 정부 업무보고가 밈(meme)이 되는 낯선 풍경을 만들었다. “업무보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다만 관심이 쏠리는 속도가 다소 빨랐다. 생방송 답변 하나로 '콩GPT'라는 별명이 붙었고 일부에서는 차관 발탁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즉각적인 답변 태도가 주목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장면이 곧바로 인사 전망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선도 뒤따랐다.

이후 초점은 답변의 정확성으로 옮겨갔다. 수치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직접 설명에 나섰다. 질문을 다르게 이해한 데서 비롯된 혼선이었다는 것이다. 생방송 상황에서 질문의 범위가 엇갈릴 수 있었다는 해명이 이어졌다. 정책 방향이나 의도를 둘러싼 문제라기보다 즉석 답변 과정에서 생긴 해석 차이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럼에도 논쟁은 빠르게 확산됐다. '오류'라는 표현이 붙었고 책임론과 자격론까지 거론됐다. 생중계가 아니었다면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을 장면이 공개되면서 의미가 덧붙여진 셈이다. 투명성이 강점인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번 장면은 개인의 실수보다 생중계라는 구조가 드러낸 단면으로 읽힌다. 시나리오 없는 생중계, 수치와 정의가 중요한 정책 질문, 대통령과의 공개 질의응답.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는 공간에서 완벽한 정확성과 즉각적인 응답을 함께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손을 들고 답한 행위와 이후 혼선을 인정하고 바로잡은 과정은 생중계 실험의 취지와 어긋나지 않는다.

즉답을 영웅 서사로 포장할수록 작은 어긋남도 곧바로 검증의 대상이 된다. 파격적인 생중계 시도가 일회성 화제로 그칠지 국정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창으로 이어질지는 각 장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