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거센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연합 전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전통 유통 대기업부터 e커머스, 물류사까지 모두 뭉쳐 셀러·소비자 사이 발생하는 '탈팡족' 흡수를 노리는 모양새다. 쿠팡 이용자 이탈이 시작되고 있어 이들을 겨냥한 연합전선은 더욱 거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 '지금배달'에는 국내 주요 유통사가 대부분 입점을 마쳤다. 편의점(CU·GS25), 대형마트(이마트몰·트레이더스·홈플러스), 백화점(현대백화점 식품관), 기업형슈퍼마켓(에브리데이·초록마을) 등이다. 지난 8월에는 반찬 브랜드 '슈퍼키친', 이달에는 와인앤모어·와인픽스, 문구전문 알파가 새롭게 합류했다.
여기에 빠져있던 롯데도 최근 네이버와 결속을 다지고 있다.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온라인 그로서리 플랫폼 '제타'는 네이버와 유료 멤버십 제휴를 개시했다. 앞으로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회원은 1만5000원 이상 구매 시 무제한 무료 배송이 적용되는 '제타패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앞서 롯데는 네이버와 온·오프 유통 '인공지능(AI) 전환'에도 함께 나서기로 했다. 양 사는 △유통 특화 AI 에이전트 개발 △AI 디지털 마케팅 고도화 △커머스·결제 연계 등에서 긴밀하게 협업 범위를 확장하기로 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내년부터 주 7일 배송을 개시하면서 네이버N배송 참여를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물류 두 분야에서 모두 네이버와 협업을 강화한다고 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경쟁사인 CJ대한통운, 한진은 이미 네이버 N배송에 참여하고 있다.
일부 e커머스 또한 네이버 연합 전선에 함께하고 있다. 지난 9월 컬리와 함께 선보인 '컬리N마트'가 대표적이다. 지금배달 내 SSG닷컴 새벽배송 전문관도 운영 중이다.
결국 네이버를 중심으로 전통 유통 대기업 3사(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물류 3사(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 컬리까지 모두 뭉친 모양새가 형성됐다. 유통·물류 1위로 올라선 쿠팡을 추격하는 경쟁사들이 연합 전선을 길게 구축하고 있다.
최근 쿠팡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는 연합 전선에 명분을 더해주고 있다. 플랫폼 리스크에 민감해진 셀러와 소비자들이 대안 채널을 모색하는 국면에서 네이버 연합은 '분산형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주요 지표에서는 '탈쿠팡' 효과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쿠팡의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U)는 1488만명으로 집계됐다. 추석 연휴가 있었던 지난 10월 6일 이후 두 달 여만에 최저치다.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달 28일과 비교하면 약 5.2%가 줄었다. 일일 결제 추정액 또한 지난 19일 기준 1309억원으로 지난 10월 3일 이후 금요일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쿠팡을 향한 정부·국회 전방위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 상임위원회 5곳이 참여하는 '쿠팡 연석 청문회'를 오는 30~31일 양 일에 걸쳐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e커머스·물류 1위를 모두 차지한 쿠팡이 최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이탈층을 흡수하기 위한 경쟁사 활동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보 유출 사태 이후 드러난 쿠팡의 모습이 고객에게 '쿠팡 없는 세상'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며 “탈팡족을 공략하기 위한 각 사의 프로모션, 합종연횡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