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산업별 AI 전망-'스마트 병원' 영상 판독부터 EMR·병동 관리까지 확산

루닛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
루닛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

인공지능(AI)이 국내 의료 현장에 자리 잡으며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영상 진단 보조에 그치지 않고, 환자 예약·일정 안내, 상담 자동화, 병동 운영을 포함한 병원 행정과 인프라 전반에 AI 기반 시스템이 도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병원 행정과 진료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AI 의료기기 가운데 가장 빠르게 병원에 안착한 분야는 '영상 진단 보조'다. 국내 의료 AI 기업 루닛은 흉부 엑스레이와 유방촬영술(MMG) 영상 분석 AI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시리즈를 국내 의료기관에 공급해왔다. 국내 상급종합병원의 '루닛 인사이트' 도입율은 43%에 달한다. 국내 톱10 병원 중 7~8곳에서 루닛 제품을 사용 중이다. 또 조달청 혁신제품 시범구매 사업을 통해 서울의료원,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 충남 천안의료원, 중앙보훈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에 AI 영상 진단 보조 솔루션을 공급했다.

영상 진단 AI는 현재 의료진의 판독을 대체하기보다 보조하는 형태로 도입됐다. AI가 영상에서 이상 소견 가능성이 있는 부위를 표시하면 전문의가 이를 참고해 최종 판독하는 구조다. 의료기관들은 판독 효율을 높이고 대량의 영상 검사를 처리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는 점에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루닛 관계자는 “AI 진단을 자율주행차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면서 “현재 해외에선 로봇택시나 무인택시가 운행되는 것 처럼 의료에서도 자율성 AI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AI 활용은 진단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서 작성과 정보 관리 등 '진료 행정 업무'에도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은 생성형 AI 기반 병원 업무 지원 플랫폼 'HAI'를 자체 구축해 신경과 등 일부 진료과를 중심으로 적용을 전면 시작했다. 의료원 전용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적용한 플랫폼을 개발해, EMR 기록지 초안 자동생성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HAI는 입원기록지, 경과기록지, 퇴원요약지 등 진료 전 주기를 아우르는 전자의무기록(EMR) 문서를 LLM 기반으로 자동 작성하는 것이 특징으로, 뇌졸중 등 주요 질환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 중이다. 의료원 내 규정·지침을 질의응답 형태로 제공하는 지식기반 AI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의료진과 환자 대화를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변환해 EMR로 자동 저장하는 AI 기반 진료 음성인식 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시스템은 외래, 응급실, 병동 등에서 의료진과 환자 간의 대화를 자동으로 기록·요약하고, 의료정보시스템과 연동해 의무기록으로 저장한다. 의료진은 기록 작성 부담을 줄이고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다. 응급 상황에서도 빠르게 대화 내용이 기록되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 16개 진료과 및 응급실·병동 등에서 해당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일부 병원은 AI 활용을 위해 의료 AI 기업과 협력하거나 자체적인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대학교병원은 지난해 에이아이트릭스와 생체신호 기반 상태 악화 예측 솔루션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했으며, 실시간 생체신호 분석 AI와 임상연구를 공동 추진하고 있다. 또 문경민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가 주도한 AI 기반 호흡기 셀프스크리닝 앱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AI 플랫폼은 진료 예약뿐 아니라 검사 일정 관리와 연계되는 기능도 일부 제공한다. 예를 들어 AI 챗봇이나 음성봇은 환자에게 검사 전 준비사항을 자동으로 알리거나, 검사 결과 조회 및 후속 진료 예약을 안내하는 데 활용된다. 의료기관들은 이런 시스템을 병원의 내부 시스템(EMR, 검사 스케줄러 등)과 연계해 환자 여정 전반의 디지털 자동화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AI 기반 서비스는 병원 행정업무 부담을 줄이고, 환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속속 도입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외래 예약 담당 직원이 전화나 상담 창구에서 처리하던 반복적인 작업이 AI 시스템을 통해 자동화되면서, 업무 효율성이 부분적으로 개선된다”고 말했다.

인천백병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에서 간호사가 씽크(thynC) 시스템을 통해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인천백병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에서 간호사가 씽크(thynC) 시스템을 통해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병원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스마트병원 '인프라 영역'에서도 AI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웨어러블 생체신호 센서와 AI 분석 기술을 결합한 원격 환자 모니터링(RPM) 시스템 '씽크'를 공급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환자의 심박수, 호흡수 등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구조다. 개별 질병을 진단하기보다 병동 단위에서 환자 상태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디지털 병동 솔루션 성격이 강하다.

씽크는 국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도입돼 병동 운영과 환자 관리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되고 있다. 병원 측은 환자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해 간호 인력의 반복적인 순회 업무 부담을 줄이고, 이상 징후를 보다 신속하게 인지할 수 있다.

AI는 진단 보조, 행정 자동화, 병동 운영 등 병원 내 다양한 영역에서 역할을 분화하며 적용되고 있다. 공통점은 AI가 최종 진단이나 의사 결정을 대신하지 않고, 의료진과 병원 운영을 보조하는 도구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의정갈등 사태 때 전공의들이 부족했는데, 그때 AI가 많이 도입됐다”며 “실제 사용해본 의사들이 시간 절약이 많이 된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