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송황준·박찬익 컴퓨터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주도하고 한국외국어대 정보통신공학과 정성호 교수 연구팀이 참여한 블록체인 기술이 UN 국제전기통신연합(ITU-T) 국제표준(F.751.28)으로 최종 승인됐다고 23일 밝혔다. 전 세계 블록체인 서비스가 참고하는 '글로벌 표준 설계도'를 국내 연구진이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추진하는 '데이터 경제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개발 사업' 일환인 '노드 간 메시지 전달과 합의를 위한 최적 경로 네트워크 프로토콜 기술 개발' 국책 과제를 통해 도출된 핵심 결과다.

이번 연구에는 포스텍을 중심으로 한국외대, 인천대, 한동대, 전북대, 계명대 등 6개 대학과 비에프랩스·씨피랩스 등 2개 기업이 참여해 2021년부터 5년간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승인된 표준 F.751.28은 '분산 원장 기반 서비스에서의 빠른 메시지 전달 프레임워크'를 다룬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노드 간 합의 및 블록 전파 과정에 필요한 메시지를 기존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된 기술이다. 블록체인이 정보를 더 빨리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드는 '전송 규칙'이다.
블록체인에서는 여러 컴퓨터가 동시에 거래 내용을 확인하고 공유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느려지면 서비스 전체가 늦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기술은 그 메시지 전달 과정을 네트워크 모니터링, 합의 과정 개선 등의 기술적 요소들을 통해 줄임으로써 블록체인의 고질적 한계였던 거래 처리 속도(TPS)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물류·국가 인증 시스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기반 기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국제 표준 채택의 파급력은 크다. 표준이 되면 각국 기업과 기관이 서비스를 개발할 때 이 기술이 사실상 '기본 사양'이 되기 때문이다. 즉, 한국 기술이 글로벌 블록체인 인프라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 중 한국외국어대 정성호 교수는 지난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TU-T SG21 회의에서 기술적 합의를 이끌어 내며 표준화 작업을 마무리했다.
총괄을 맡은 송황준 포스텍 교수는 “이번 ITU 국제 표준 채택은 우리 연구진의 원천 기술이 전 세계 블록체인 네트워킹 기술을 선도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블록체인 산업의 가장 큰 장애였던 실시간 데이터 처리 문제 해결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면서 “향후 5G·6G 환경에서의 DLT 서비스 상용화를 앞당기고, 국내 기술의 국제적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