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 생태계에서 독특한 형태와 생활사로 알려진 기생성 따개비(기생성 갑각류)들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가 기생하지 않는 일반 생물들보다 최소 4배 이상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이유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박중기 에코과학부 교수(현 명예교수), 차선신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황의욱 경북대 교수 공동연구팀이 기생성 따개비와 비기생성 따개비류 총 45종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의 진화 속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기생생활을 하는 따개비는 기생생활에 특화된 에너지 대사 조절 기능을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생생활 때문에 소화나 호흡을 위한 기관들이 모두 퇴화된 채, 자기 자신의 삶을 전적으로 숙주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기생생물들의 생태적 전략을 조명했다. 그들의 에너지 생산 기관인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이로부터 합성되는 단백질 구조를 진화적 측면에서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학술적 의미가 있다.
![[에듀플러스]이화여대 경북대 연구진, 기생생활이 불러온 미토콘드리아 '급속 진화의 비밀' 세계 최초로 규명](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24/news-p.v1.20251224.6cef9e42ea5946b49787b20fe696f75b_P1.png)
연구진은 기생성 따개비가 가지고 있는 미토콘드리아에서는 마치 '규칙이 사라진 것처럼' 종마다 유전자 배열이 크게 다르고, 급속도로 빠른 돌연변이율을 확인했다. 이렇게 빠른 진화 속도는 세포 대사활동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기생생활 때문에 극도의 저산소 환경하에서 겪게 되는 생리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초고속으로 빠른 진화전략을 택했음을 시사하는 결과로 과학계 주목을 받고 있다.
박중기 교수는 “기생생활을 선택한 따개비는 성체가 되면서 대부분의 기관이 퇴화되고 극히 일부 기관만이 유지되는 등 형태가 극도로 단순화된 생물”이라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생활사 변화가 유전체 구조와 몸의 기능을 극단적으로 변형시키는 진화적 선택을 유도했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기생생물체의 진화전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지원으로 정지범 이화여대 박사, 김명언 화학·나노과학과 대학원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진화생물학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분자생물학 및 진화(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 5년 평균 저널 IF=11.9) 12월호에 게재됐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