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 완화를 소망하던 TV홈쇼핑 업계의 기대가 우려로 바뀌고 있다. 숙원으로 꼽혀온 규제 완화는 올해도 사실상 무산된 반면 중소기업 전용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신설 논의가 탄력을 받으며 경쟁만 확대되는 구도가 됐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 T커머스 채널 신설 이슈는 지난주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산하 기관인 공영홈쇼핑에서 직접 신규 T커머스 채널 신설 필요성과 역량을 어필하면서다.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까지 허용을 안하고 있었냐”고 반문하면서 “규제 완화 측면에서 하게 하면되지 그걸 허가를 하나”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중기 T커머스 신설에 대해 언급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대선 공약과 국정 과제에 모두 포함됐지만 홈쇼핑 업계 반발 등을 이유로 그간 공개 석상에서 논의된 적은 없었다. 채널 신설 명분에 대해 대통령이 긍정적인 답을 내놓은 만큼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TV홈쇼핑 업계 한숨은 짙어지고 있다. 중기 T커머스 채널 신설과 함께 추진될 것으로 기대했던 홈쇼핑 규제 완화 방안 수립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홈쇼핑 주무부처를 맡게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홈쇼핑 시장 활성화를 위한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 시점을 무기한 보류했다. 방안에는 △홈쇼핑 재승인 조건 완화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규제 개선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신설 등의 내용이 함께 담길 예정이었다.
당초 방미통위는 지난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업무 현황에 연내 수립 방침을 밝히면서 업계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다만 위원회 구성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2개월 만에 입장을 바꿨다.
현재는 내년 발표도 장담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더라도 지상파 재허가 심사, 방송3법 후속 조치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해당 방안은 지난해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련 TF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했다. 사실상 2년 가까이 논의만 지속하게 생긴 셈이다.
홈쇼핑 시장은 TV시청 인구 감소, e커머스 등 경쟁 채널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다. 포화 상태인 시장에 규제 완화 없이 오히려 채널이 추가되는 것은 경쟁만 심화 시킬 뿐이라는 입장이다.
내년도 중기 T커머스 채널 신설 논의가 본격화될 지 주목된다. 방미통위가 규제 완화 방안을 놓지 않고 완성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없다. 내년은 홈앤쇼핑, 롯데홈쇼핑, T커머스 10개 채널의 재승인 심사가 예정돼있다. 재승인 심사를 전후해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에 대한 정부 의지를 믿고 기다렸지만 무기한 연기에 실망감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세부 의제였던 중기 T커머스 채널 신설만 언급되는 것은 '주객전도'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