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시중은행들이 2026년을 맞아 생산·포용적 금융과 디지털혁신을 중심으로 대대적 조직개편에 나섰다.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포용적금융에 발맞추는 동시에 디지털 전략에 집중해 미래성장동력 확보까지 노리겠다는 접근이다.
KB국민은행은 새해를 앞두고 '생산적 금융' 실무를 통합 담당할 '성장금융추진본부'를 신설했다. 신한은행도 이달 말 조직개편에서 '생산·포용금융부'를 신설했다. 기존에 분산돼 있던 생산적금융과 포용금융 업무를 통합해 정책 대응력을 높인다. 또 생산적 금융 통합 추진·관리 조직인 '그룹 생산적 금융 추진단'을 발족했다. 하나은행 역시 '생산적투자본부'와 '포용금융상품부'를 신설하며 전담 조직을 강화했다. 생산적 분야 투자와 상품 개발을 분리해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IB그룹 내에 생산적금융투자부를 새해 1월 신설한다. 기업금융 조직 내에 생산적금융 전담 부서를 두고 중소·중견기업 생산적 투자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NH농협은행은 중소기업고객부를 기업성장지원부로 재편해 생산적금융국을 두고 여신심사부에 전략산업심사국을 신설해 여신심사 역량을 고도화한다. 또 농식품성장투자단 내 투자운용팀 확대로 유망 농식품기업을 발굴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산·포용적금융이 새해 정부 금융정책 핵심인 만큼 전담조직 신설이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조직 강화 흐름도 뚜렷하다. 신한은행은 미래혁신그룹을 신설해 인공지능전환(AX)와 디지털전환(DX), 가상자산 등 미래 먹거리 연구를 총괄하도록 했다. 기관솔루션그룹과 디지털이노베이션그룹을 통합한 '기관·제휴영업그룹'을 만들어 BaaS(서비스형 뱅킹)와 플랫폼 사업을 강화한다. 디지털 기술을 영업 현장에 직접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나은행은 '신사업·미래가치부문'을 신설하고 산하에 '신사업·디지털본부'를 뒀다. 디지털금융과 소비자보호, ESG경영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기존 디지털혁신그룹은 'AI디지털혁신그룹'으로 재편하고 디지털채널부와 전자서명인증사업부는 '디지털금융부'로 통합하는 한편, 금융AI부와 데이터전략부를 통합해 'AI데이터전략부'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기존 디지털전략그룹을 'AX혁신그룹'으로 바꾸며 고객경험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AX 기반 업무 프로세스 혁신으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도 체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NH농협은행은 연말 AI 대전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AI데이터부문'을 신설했다. 분산된 AI 전략과 데이터 분석, RPA를 통합해 AI 기술 적용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블록체인팀은 디지털자산팀(가칭)으로 확대 개편해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대응을 전담한다.
KB국민은행은 경영기획그룹 산하에 AI·DT추진본부를 재편해 AI·디지털·데이터와 연계된 경영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또, 디지털자산 전담팀과 비대면 플랫폼개발을 총괄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UI/UX 및 디지털콘텐츠' 관련 기능을 디지털영업그룹으로 통합했다.
은행권은 디지털 조직 강화를 통해 비용 절감과 신규 수익원 확보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방침이다. 주택담보대출 등 기존 이자수익 기반이 축소되며 생산적금융 확대로 대출 자산을 늘리고, 디지털 전환으로 비용 효율성을 높이며,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 수익원을 발굴하겠다는 '3각 편대' 전략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생산적금융과 디지털전환에서 성과를 내는 은행과 그렇지 못한 은행 간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