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건 특허·표준물질 인증·양산 공급까지… 독자 분산기술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 문 두드리다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입자들이 얼마나 촘촘하고 안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 CNT)처럼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불과한 입자들을 물이나 용매에 균일하게 분산시키는 기술은 배터리 내부의 전기 전도성을 높이는 도전재의 본질이자, ㈜베터리얼(대표 유광현, Betterial)이 창업 이후 줄곧 파고들어온 기술 영역이다.
2018년 창업한 베터리얼은 단 한 가지 질문에 집중해왔다. CNT를 얼마나 정교하게 분산시킬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베터리얼은 자체 분산제를 개발하고 공정 조건을 수천 차례 반복 테스트하며 전지 성능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실험실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배터리 적용을 전제로 기술을 고도화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분산 레시피와 공정 조건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해왔다.
그 결과는 성과로 이어졌다. 베터리얼은 2023년 포스코를 비롯한 8개 기관으로부터 총 9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5년에는 베터리얼이 개발한 단일벽 탄소나노튜브(Single Walled CNT, SWCNT) 슬러리로 세계 최초의 표준물질(Reference Material) 인증을 획득하며 기술적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품질 검증을 넘어 베터리얼의 분산 기술이 글로벌 산업 전반에 걸쳐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베터리얼의 경쟁력은 소재 기술, 전지 기술, 공정 기술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자체 개발한 분산제와 용매를 CNT 파우더에 적용해 고품질 분산액을 구현하는 것이 소재 기술의 출발점이며 이를 실제 배터리 전극에 적용해 성능을 검증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이 전지 기술이다. 여기에 실험실 수준의 분산 기술을 산업 규모로 확장하는 양산 공정 기술이 더해진다. 이 세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며 베터리얼만의 기술 장벽을 형성했고, 이러한 기술 축적은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인 70건 이상의 특허 포트폴리오로 이어졌다.
베터리얼이 특히 주목하는 과제는 차세대 배터리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실리콘 음극재의 팽창 문제다. 실리콘은 흑연 대비 약 11배 높은 에너지 밀도를 지녀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의 핵심 소재로 평가받지만, 충전 과정에서 최대 300%까지 부피가 팽창하며 전극 구조를 손상시키고 배터리 수명을 급격히 저하시킨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베터리얼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WCNT 도전재를 주로 음극에, 다중벽 탄소나노튜브(Multi Walled CNT, MWCNT) 도전재를 주로 양극에 최적화하는 전략으로 전극 전체의 성능 균형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SWCNT는 높은 전기전도도와 유연성을 동시에 갖춰 실리콘 음극 표면에 탄성이 있는 3차원 그물망 구조를 형성한다. 이 구조는 실리콘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더라도 전기 전도 경로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줌으로써 수명 저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낮은 MWCNT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SWCNT만의 특성이다. 베터리얼은 분산 레시피부터 공정 기술, 전지 성능 평가 데이터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확보했으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재의 본질적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깊이는 학술 성과로도 이어져 2023년 국제학술지 RSC Advances에 논문을 게재했고, 2024년에는 IntechOpen을 통해 실리콘 기반 리튬이온 배터리용 SWCNT 분산 기술을 다룬 전문 서적을 출간하며 기술적 권위를 공고히 했다.
기술이 축적되자 시장의 반응도 뒤따랐다. 베터리얼은 미국 전자기기용 배터리에 CNT 도전재를 양산 공급하고 있으며, 유럽 에너지저장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ESS)용 배터리에도 양산 공급이 시작되었다.

국내를 비롯해 미국, 유럽, 아시아의 다수 배터리 제조사들이 베터리얼의 CNT 슬러리를 양산 라인에서 평가 중이며, 기술 검증은 이미 실험실 단계를 넘어선 상태다. 경기도 성남시 하이테크밸리에 구축한 연 1,000톤 이상 규모의 양산 라인은 현재 가동 중이며, 충청북도 청주시 오창과학산업단지에는 1,000평 부지를 확보해 5,000톤 규모로의 증설도 진행하고 있다. 기술 중심 기업에서 양산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성과는 대외 평가에서도 확인된다. 베터리얼은 2025년 9월 한국벤처캐피털협회가 주최한 제2회 스케일업 팁스 IR Summit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고농도 CNT 분산액을 기반으로 전기차 및 ESS용 고성능 소재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산업자원부 수행 과제 중 최상위 1%에 선정돼 코리아테크페스티벌에 초청되며 정부와 투자자, 산업계 모두로부터 성장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베터리얼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Better Material'이라는 브랜드명에 담긴 의미처럼, 더 나은 소재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는 모토 아래 고급 인력과 독자 기술력을 기반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CNT 분산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내외 글로벌 배터리 기업과의 협업을 양산 공급 단계로 확대하며 전기차 시장 성장과 ESS 수요 확대라는 산업 흐름 속에서 배터리 성능 향상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베터리얼은 이제 세계 최초 표준물질 인증을 획득하고 글로벌 배터리 기업에 양산 공급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5,000톤 규모의 양산 라인이 완공되면 베터리얼의 분산 기술은 특정 기업의 경쟁력을 넘어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IPO를 통해 보다 공신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베터리얼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참여 기업으로 선정되며, 차세대 유망 첨단 소재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하고 있다.
임민지 기자 minzi5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