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현장에서 만드는 전력'으로 북미 개척

귀뚜라미보일러 '마이크로 열병합 발전시스템(CHP)'
귀뚜라미보일러 '마이크로 열병합 발전시스템(CHP)'

북미 지역에서 전력 공급 불안이 상시적 리스크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분산 발전 기술이 실질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귀뚜라미보일러가 200kW급 마이크로 CHP(열병합 발전 시스템)의 북미 UL 인증을 획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에 첫 수출을 성사시키며 글로벌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미국은 폭염 장기화와 노후 전력망 문제에 전기차 확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한 대규모 정전 위험이 반복돼, 중앙 전력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분산형 발전 시스템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귀뚜라미 마이크로 CHP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고,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난방·급탕·냉방에 재활용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최대 85%까지 높였으며, 전력·냉방·난방·비상전원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해결하는 통합 에너지 솔루션이다.

중앙 발전 방식 대비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현장 대응력을 강화한 게 강점이다. 특히 건물 내부에서 직접 발전이 이뤄지는 만큼 외부 전력망에 장애가 발생해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병원, 데이터센터, 공공시설 등 전력 신뢰성이 중요한 시설은 물론, 피크타임 전력 사용을 자체 발전으로 대체해 운영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귀뚜라미 마이크로 CHP에는 현대자동차의 CNG 엔진을 기반으로 한 고효율 가스 엔진이 적용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엔진 기술에 귀뚜라미의 열관리 및 제어 기술을 결합, 안정적 출력과 낮은 배출 성능을 구현했다.

환경 경쟁력도 확보했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해 석탄이나 석유 대비 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10ppm 이하로 억제했다. 또한 향후 수소 혼합 연료 적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한 확장성도 갖췄다.

귀뚜라미보일러는 UL 인증을 계기로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200kW급 모델을 시작으로 다양한 용량대 제품의 인증을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LPG 연료 기반 모델 개발도 병행해 상업용 건물, 공공시설, 다가구 주택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출력 변동성을 보완하는 '에너지 허브'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를 이어갈 방침이다.

귀뚜라미보일러 관계자는 “국내 분산 발전 기술이 북미 전력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으로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미국을 시작으로 고효율·저탄소 분산 발전 솔루션을 확대해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에 적극 기여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