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외국인 유학생 두 배 늘었지만… 이공계 비중은 오히려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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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 수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공계 분야 외국인 유학생 확대는 여전히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 10년 새 전체 외국인 유학생 규모는 두 배 이상 증가했으나 자연과학·공학 계열의 증가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유학생 정책의 '양적 확대'와 '질적 성과' 간 괴리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제232차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정책포럼 자료에 따르면, 학부 기준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4년 3만 525명에서 2024년 7만 9054명으로 10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자연과학 계열 외국인 유학생은 2208명에서 3212명으로 1004명 늘어나는 데 그쳤고, 공학 계열 역시 4031명에서 9488명으로 증가했지만 전체 유학생 증가 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증가세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학부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자연과학·공학 계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0.4%에서 2024년 16.1%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정윤 한국교육개발원 고등평생교육연구본부 본부장은 “지난 10년간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인문·사회와 예체능 계열 전공생의 비중은 크게 늘어난 반면, 이공계 유학생 증가는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양적 확대가 곧바로 첨단 산업 인재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 현장 체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국제처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늘어난 외국인 유학생 상당수는 인문·사회 계열이나 어학당 과정에 집중돼 있다”며 “이공계 분야는 지원자 자체가 많지 않고, 자국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통해 입학하거나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 정도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국인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사업 확대와 비자 요건 완화, 취업 지원 등 이공계 석·박사 인재 유치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이공계 인재의 대규모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에듀플러스]외국인 유학생 두 배 늘었지만… 이공계 비중은 오히려 감소

이공계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부진한 배경에는 높은 학업 난이도와 언어 장벽, 연구 환경 격차, 졸업 이후 진로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공계 전공은 연구 활동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언어 이해와 실험·연구 인프라를 요구하지만, 이를 충분히 갖춘 대학은 제한적이다. 특히 한국어 중심 수업 구조에서는 일상 회화가 아닌 전문 용어를 기반으로 전공 학습을 병행해 이공계 유학생에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졸업 이후 진로와 정주 문제도 중요한 변수다. 이공계 유학생 상당수는 졸업 후 연구직이나 산업계 취업을 희망하지만, 국내 취업 비자 요건과 기업 채용 환경은 여전히 외국인에게 높은 문턱으로 작용한다.

최 본부장은 “이공계 분야에서는 연구 환경과 국제 공동연구 경험, 글로벌 커리어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가 중요하다”며 “외국인 이공계 유학생 유치를 위해 단기적 지원 정책을 넘어 대학과 전공 단위의 연구 경쟁력 강화, 졸업 이후 진로 연계까지 포함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독일과 미국 등 선진국은 외국인 이공계 인재를 단순한 유학생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인재로 양성한다”며 “교육 인프라 제공부터 현장 실습, 졸업 후 정주 여건까지를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해 실제 인재를 자국 산업에 흡수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단발성 유치 전략에서 나아가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의 우수 인재로 정주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연구·현장 실습·취업까지 연계하는 전주기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