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11급 사건'... 독일 은행 도둑, 콘크리트 벽 뚫고 500억 털었다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동안 발생한 은행 금고 털이 사건. 은행 지하 금고실 벽면이 뚫려있다. 사진=겔젠키르헨 경찰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동안 발생한 은행 금고 털이 사건. 은행 지하 금고실 벽면이 뚫려있다. 사진=겔젠키르헨 경찰

독일의 도둑들이 연말 연휴를 틈타 은행 금고 벽면에 구멍을 뚫고 우리 돈 500억원 규모의 현금과 귀중품을 훔쳐 달아났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겔젠키르헨 경찰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는 슈파르카세 저축은행 겔젠키르헨 지점에서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독일은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 저녁부터 연말까지 대부분의 상점과 은행이 문을 닫는다. 해당 은행도 24일 저녁부터 영업하지 않았는데, 29일 새벽 갑자기 화재경보기가 울리면서 도난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알아차렸다.

경찰 대변인은 도둑들이 대형 드릴을 이용해 금고를 부쉈다며 “영화 '오션스 일레븐'처럼 매우 전문적으로 실행됐다”고 전했다. 영화 오션스 일레븐은 도둑들이 사상 최대 카지노털이를 계획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콘크리트 벽을 뚫고 은행 지하 금고실에 침입한 도둑들은 금고 3000개 이상을 부순 뒤 3000만 유로(약 508억원) 상당의 현금과 귀중품을 훔쳐 달아났다. 은행 측은 도둑이 개인 금고 가운데 95%를 열어본 것으로 확인됐으며, 대부분 고객이 피해를 보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 경찰이 도난 사건이 발생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슈파르카세 저축은행 겔렌키르헨 지점 입구를 막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독일 경찰이 도난 사건이 발생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슈파르카세 저축은행 겔렌키르헨 지점 입구를 막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27일 밤 은행 인근 주차장 계단에서 남성 여러 명이 큰 가방을 나르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또한 화재경보기가 울린 29일 새벽, 마스크를 쓴 남성들이 검은색 아우디 RS 6 차량을 몰고 정비소를 나서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조회 결과 해당 차량 번호판은 200km 이상 떨어진 하노버에서 도난당한 차량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발생 소식을 듣고 분노한 고객 수십 명이 은행 앞으로 몰려들어 들어가게 해달라고 외쳤다. 25년간 금고를 이용했다는 한 남성은 현지 매체 벨트 방송에 “어젯밤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아직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없다. 경찰은 해당 지점 입구를 봉쇄하고, 피해를 본 고객들은 은행에서 마련한 핫라인으로 연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개인 금고별로 최대 1만 300유로(약 1750만원) 상당의 보험이 가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