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120%·한달 새 34% 폭등…“이번엔 비트코인도, 금도 아닌 백금”

백금.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백금.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국제 백금 가격이 2025년 한 해 동안 120% 이상 급등하며 1987년 이후 38년 만에 가장 큰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급 부족과 정책 변화, 투기 자금 유입이 겹치면서 백금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핫한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백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2148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지난달 26일에는 2534.7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한 달 상승률만 34%에 달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121~147% 수준으로 집계됐다. 같은 백금족 금속(PGM)인 팔라듐도 올해 들어 약 80% 급등했다.

이번 급등의 배경으로는 금·은 가격 랠리에 따른 귀금속 투자 수요 확대, 구조적인 공급 부족, 그리고 유럽 자동차 정책 변화가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금과 팔라듐은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용 촉매 장치의 핵심 소재다.

그동안 전기차 확산은 백금족 금속의 장기적인 악재로 여겨져 왔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은 가격 강세와 미국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전기차 전환 리스크를 상쇄했다. 여기에 지난달 16일 유럽연합(EU)이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사실상 후퇴한 것이 결정적 호재로 작용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신차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기존 100%에서 90%로 완화하는 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2035년 이후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디젤차 등 일부 내연기관차 판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쓰비시 애널리스트들은 “촉매 장치에 들어가는 백금족 금속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은 격”이라며 “배출 기준이 더 엄격해질수록 촉매에 사용되는 백금·팔라듐 함량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급 측면의 압박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주요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전력난과 광산 인프라 노후화, 투자 감소로 생산량이 줄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백금과 팔라듐을 경제·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로 지정하면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우려한 현물 물량이 선제적으로 미국으로 유입됐고, 다른 지역 시장의 공급은 더욱 빠듯해졌다.

중국발 변수도 불을 지폈다. 세계 최대 백금족 금속 소비국이자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서 지난 11월 백금족 금속 선물 거래가 시작되자 대규모 투기성 자금이 유입됐다. 가격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자 광저우선물거래소는 가격 제한폭을 조정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백금이 단순한 귀금속을 넘어 정책과 산업, 투기 자금이 한꺼번에 몰린 원자재로 변했다”며 “2025년 원자재 시장에서 가장 극적인 상승세를 보인 자산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