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서 총성 울려”… 이란 경제난 항의 시위, 7명 사망

年 42.2% 상승 살인 물가에 전국서 항의 시위
히잡 의문사 '아미니' 항의 이후 3년만 대규모 시위

지난달 29일 이란 수도 테헤란 경제난 항의 시위 현장. 사진=EPA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이란 수도 테헤란 경제난 항의 시위 현장. 사진=EPA 연합뉴스

극심한 경제난이 촉발한 이란 반정부 시위가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7명이 목숨을 잃었다.

2일 이란 반관영 파르스·AP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란에서 리알화 화폐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폭락하자 상인 주도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최소 7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부상, 수십 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위는 2022년 마흐사 아미니 사건 이후 3년 만의 이란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다. 당시 사건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도덕 경찰에 구금된 22세 아미니가 의문사하자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이란 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번졌다.

이란 테헤란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는 쇼핑객. 사진=EPA 연합뉴스
이란 테헤란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는 쇼핑객. 사진=EPA 연합뉴스

이번 시위는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자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진 상인들 주도로 수도 테헤란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대학생 등 청년층이 가담하면서 전국적으로 번졌다. 시위대는 경제적 정의를 요구하고 정권 종식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테헤란 남서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로레스타주 도시 이즈나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영상에는 거리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총성이 난무하는 모습이 담겼다. 시위대는 “파렴치한들!”이라며 정부를 향한 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차하르마할 바크티아리주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총소리가 이어졌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이란 인권 단체 압둘라흐만 보루만드센터는 “이 지역에서 시위대 2명이 사망했다”며 현장에서 촬영된 방탄복과 산탄총으로 무장한 경찰관 사진을 공개했다.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전날 이란 서부 로레스탄주의 쿠다슈트에서 시위에 대응하던 바시즈민병대 1명이 숨지고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군인 1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바시즈민병대는 이란 신정체제를 수호하는 IRGC에 연계된 준군사조직이다.

압둘라흐만 보루만드센터의 로야 보루만드 소장은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사는 이란 국민의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생활 여건이 눈에 띄게 개선될 희망도 없다”며 “국가는 반정부 시위를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고 합법적인 시위를 위한 여지를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민중의 폭발적 시위와 그에 따른 유혈 진압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란 리알화는 현재 미국 달러당 140만 리알 수준으로 떨어졌다.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돈을 뭉치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2015년 당시 달러당 3만 2000리알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년사이 화폐 가치가 44배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이란의 경제난은 핵프로그램, 미사일 개발, 역내 테러지원 등을 이유로 한 서방의 오랜 제재로 심화됐다. 이란이 지난 2015년 핵 프로그램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약속하면서 국제 제재가 해제됐으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협정(JCPOA)에서 미국의 탈퇴를 선언하고 제재를 복원한 이후 이란의 경제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국가통계센터에 따르면 12월 이란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2.2% 상승했으며, 식료품 가격은 72%, 의료 및 보건용품 가격은 50%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초인플레이션(하이퍼인플레이션)' 징후라고 지적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