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무부가 한국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른바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을 두고 공식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재계가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문제 삼아 온 가운데 나온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향후 이 사안이 외교·통상 이슈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국무부는 31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질의에 대한 대변인 명의 서면 답변에서 “미국은 한국 정부가 미국 기반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표현의 자유를 약화할 수 있는 네트워크법(Network Act) 개정안을 승인한 데 대해 중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불필요한 장벽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은 검열에 반대하며 자유롭고 개방적인 디지털 환경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세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도 전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해당 개정안은 표면적으로 딥페이크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 기술 협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네트워크법은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으로,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를 불법 정보로 규정하고 불법·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금지·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대규모 정보통신망을 운영하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게 불법·허위 정보 삭제 등 일정한 법적 의무를 부과하도록 했는데, 이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참고한 것이다.
미국이 이 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온라인 콘텐츠 규제 인식과의 충돌, 그리고 메타·구글 등 미국 플랫폼 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EU의 DSA를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규제로 간주하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한편, 미 국무부는 최근 열린 제10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도 한국의 디지털 분야 입법 동향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다시 속도를 낼 경우, 정보통신망법을 둘러싼 논란 역시 한미 간 또 다른 외교·통상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