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년 벽두에 다시 만난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만난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가장 빠른 상호방문이 완성됐다.
4일 이 대통령은 전용기편으로 중국 베이징에 도착, 3박 4일간 국빈으로서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이날 현지 동포 간담회에 이어 5일 한·중 비즈니스포럼과 시 주석 주재 공식 만찬 등을 소화한다.
이처럼 양국 정상이 새해 시작과 함께 만난 것은 올해 한반도 주변 정세 새 이정표라 할 만한 상징성을 갖는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이 모종의 타협이든, 현 상태 유지든 선택할 시기를 앞두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상대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돌진 중이다.
이뿐 아니다. 대만은 독립을 향해 치닫고,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 아니라면 공멸의 길이라며 막다른 선을 긋고 있다. 이를 놓칠세라 북한 또한 역대 가장 강력한 무기라 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탑재 핵추진잠수함을 공개한 상태다.
어느 쪽 하나 쉬운 해법이 없는 가시덤불 형국이다. 여기서 어설프게 손을 내밀거나, 발을 짚으면 가시 공격에 내 몸부터 난도질된다. 덮을 천이라도 찾고, 가시 끝을 무디게 할 침착함과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 움직임의 출발점이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
실리·실용에 바탕을 둔 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은 지금까지 순조롭다. 이전 시대 명분과 대의, 원칙 등은 힘이나 이득 앞에 힘없이 무너졌다. 지난 질서를 붙잡고 있다간, 현재 설 땅은 물론 앞으로 관계에서까지 배척당할 공산이 크다.
균형자로서 외교 또한 의미를 잃었다. 단선적 관계라면 양극 사이에 낀 중간에서 균형을 누리는 것이 이득이지만, 이제는 각 극끼리도 자기 이익에 따라 결탁을 시도한다. 포섭을 통한 세 확장이 기본이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전략으로 포섭 지도 속에서도 안주하면 안 되는 처지다.
한·중 정상은 공히 새로운 세계질서 속 지금까지와는 다른 역사를 쌓아가야 할 책임 앞에 섰다. 의존이나 절대적 비중 같은 낡은 관계를 청산하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이루게 하는 수평적 관계로 진화해야 한다.
그래서 7일 상하이에서 열릴 '한중 벤처·스타트업 서밋'이 이번 정상회담이 낳은 상징적 이벤트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지금까지 보다 훨씬 값진 앞으로의 협력과 공동 성장 모델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 양국 국민이 새해 상서로운 기운을 듬뿍 받는 회담 결과로 맺어지길 기대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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