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원 3단체는 지난해 비슷한 시기 공교롭게도 모두 30대 수장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변화를 맞이했다. 그 결과일까. 이들은 '각개전투'하던 과거와 달리 '연합전'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현장을 재단하는 각 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교총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악성 민원 맞고소제' 의무화와 '교육활동 소송 국가책임제'를 꼽으며 교권 회복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교사노조와 전교조는 교사의 업무 부담을 높이는 '학생맞춤통합지원사업'을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꼽았다.
젊은 대표로의 교체는 우연일까, 필연일까. 강주호 교총 회장과 이보미 교사노조 위원장,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교실 현장이 그만큼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신호”라고 입을 모았다. 각론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교원 회복과 고교학점제, 교사의 정치기본권 등 주요 교육 이슈를 놓고 세 단체는 점차 공조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에듀플러스는 새해를 맞아 교원단체장 3인의 인터뷰를 통해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교원 3단체의 공조가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나.
▲교총과 전교조, 교사노조가 함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무너진 교실을 다시 세우고, 선생님이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갈라져 싸우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이제는 함께 버티고, 함께 바꾸고, 함께 책임지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단연코 '악성 민원 맞고소제' 의무화와 '교육활동 소송 국가책임제'다.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장 교원 97.7%가 이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지금 현장은 '아니면 말고' 식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의적 민원으로 교사가 고통받고 있다. 무혐의가 나와도 신고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교육감이 의무적으로 무고죄로 고발하고, 소송 과정은 개인이 아닌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에듀플러스]교원 3단체장이 보는 학교 현장①…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교실 내 교사의 안전 보호 우선 과제로”](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1/06/news-p.v1.20260106.440f44c5c43f47c49ada381f3ee3647a_P1.png)
-'맞고소제'라는 이름이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데.
▲의도한 측면도 있다. 학교 현장은 이제 하나의 교육 서비스를 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학생맞춤통합지원도 그렇다. 사회에서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모두 학교로 몰아넣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신뢰하는 관점에서, 교사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학부모는 결과에 관해 판단하고, 심판하는 고객의 관점으로 바뀌어 버렸다. 맞고소제는 현재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역으로 보여준다.
-올해 새롭게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구성됐다. 교총의 역할은.
▲국교위가 교육 본질에 집중하고, 교원 목소리를 대표해 교육 현장의 현실을 논하는 기구가 되도록 하는 것이 교총의 핵심 역할이라고 본다. 현재 국교위는 위원 공석 사태, 고교학점제 등 현장과 괴리된 정책 논의로 우려를 낳고 있다.
교총은 국교위가 책상 위 이론에 매몰되지 않고 치열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담아내도록 할 것이다. 특히 대입 개편이나 교육과정 개정 등 민감한 이슈에서 정치 논리를 배격하겠다. 교사들의 현실적인 우려와 대안을 강력하게 전달하는 현장 대변자이자 균형추 역할을 끝까지 수행할 것이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교육의 흐름은 어떻게 보나.
▲AI 활용은 시대적 숙명이고, 받아들여야 한다. K교육의 핵심이 AI라고 본다. 다만 AI 디지털교과서(AIDT)는 방향은 맞았지만, 정책을 위에서 밀어붙이면서 실패했다. 절차를 거치고 속도 조절을 해야 했다. 한국은 체계 만들기가 정말 쉬운 나라다. 민주주의 국가이면서 교사가 공무원 신분이고, 유·초중등에 많은 예산을 쓸 수 있다. 의지가 있다면 AI 교육이 토대가 되는 K교육을 전 세계에 앞장서서 만들 수 있다. 한국형 뼈대에 맞게끔 가져와 진짜 K교육을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임기 1년이 지났다. 올해 계획은.
▲올해 목표는 교사 보호의 법적 완결이다. 우선 교실 내 제3자 몰래 녹음·청취법과 교실 내 CCTV 설치법을 저지하는 것이다. 교사가 감시와 협박이 아닌 신뢰 속에서 교육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완성하겠다. 아울러 악성 민원 대응을 위해 악성 민원 맞고소제를 의무화하고, 교육활동 소송 국가책임제를 실현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다. 현장 교사들로부터 '교총이 있어서 학교 다닐 맛 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성과와 행동으로 입증하는 한 해를 만들어 가겠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