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물체와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아도 주변 모래를 만지는 것만으로 그 아래 파묻힌 물체 감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IT 매체 BGR에 따르면 영국 런던 퀸메리대학교·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모래에 물체를 파묻고 실험한 결과 참가자 중 70%가 실제 물체와 6.9cm 거리에서 물체를 탐지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컨퍼런스 'IEEE ICDL 2025'에서 발표했다.
실제 물체를 만지지 않고 입자성 물질을 통해 내부의 물체를 감지하는 것을 '원격 촉각'(remote touch)라고 한다. 도요새 등 일부 바닷새가 이 감각을 이용해 부리를 모래 속에 박고 먹이를 찾아낸다.

연구팀은 인간의 원격 촉각을 확인하기 위해 모래 속에 큐브를 묻고 12명의 참가자에게 손으로 모래를 만지는 방법을 통해 물체를 찾아내도록 했다.
그러자 참가자들은 모래가 움직이는 감각을 느끼며 2.72인치(약 6.9cm) 거리에서 70.7% 정확도로 물건을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 중앙값은 1.06인치(약 2.7cm)에 머물렀지만, 최대 거리는 2.76인치(약 7cm)에 달했다.
그리고 이 결과를 장단기 메모리(LSTM) 알고리즘으로 훈련한 촉각 센서 로봇과 비교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로봇의 원격 촉각은 인간보다 정확도가 떨어졌다. 로봇은 40% 확률로 물건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인간보다 넓은 탐지 범위를 지녀, 2.36~2.8인치(약 6~7.1cm) 아래 물체를 찾아냈다.
연구에 참여한 퀸메리대 첨단 로봇 공학 연구실의 정치 첸 박사과정 학생은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감각을 발견했다는 것 이상의 결과”라며 “물리적으로 접촉하지 않고도 사물을 감지하는 능력은 고고학 유물을 손상 없이 찾아내거나 화성 토양 및 해저와 같은 모래나 알갱이 지형 탐사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에 참여한 UCL 로봇공학 및 인공지능 부교수 로렌조 자모네는 “인간 실험은 로봇의 학습 방법을 안내했고, 로봇의 성능은 인간 데이터를 해석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며 “이는 심리학과 로봇공학, 인공지능이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인간의 촉각 인식을 확장하는 도구와 보조 기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며, 향후 섬세한 작업을 요구하는 첨단 로봇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