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기고〉한국 교실이 구글의 하청 공장이 되는 날

노중일 비상교육 글로벌컴퍼니 대표·AI 융합 박사.
노중일 비상교육 글로벌컴퍼니 대표·AI 융합 박사.

한국의 교실이 조용히 외국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있다.

상당수 학교가 구글 클래스룸을 사용하고, 수업·과제·평가·상담까지 미국이나 중국의 AI API 위에서 돌아가는 현실을 우리는 '디지털화'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IT 서비스 선택이 아니다. 이것은 교육 주권을 외국 기업에 넘기는 되돌리기 힘든 구조적 결정이다.

지금 학교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향후 미래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고순도 자원이다. 학생들의 음성 발화, 작문, 시선 움직임, 오답 패턴, 집중도, 감정 변화까지 포함된 고해상도 인간 학습 데이터다. 이 데이터는 차세대 AI를 훈련시키는 가장 값비싼 원료다. 문제는 이 데이터의 저장, 분석, 모델 학습이 모두 해외 서버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아이들의 실제 학습 데이터를 보유하지 못하고, 외국 기업이 제공하는 통계 리포트만 받게 될 수 있다. 이는 교육 행정이 아니라 데이터 식민지 구조에 가깝다.

AI는 데이터를 가진 자가 만든다. 지금 한국 학생들이 매일 생산하는 데이터로 고도화되는 AI는 미국과 중국 기업의 지식 자산이 된다. 우리는 석유는 중동에서 나지만 정유는 선진국이 하는 구조를 알고 있다. 지금 한국 교육은 학생의 두뇌 데이터를 외국에 수출하고, 완성된 AI를 다시 비싼 사용료를 주고 수입하는 산업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교육의 방향성마저 외국 알고리즘에 종속된다는 점이다. AI 기반 진로 추천, 학습 경로 설계, 역량 평가의 기준은 한국 사회가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의 최적화 함수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학생이 이공계에 적합한지, 사회과학에 재능이 있는지, 어떤 유형의 노동자로 성장해야 하는지 외국 기업의 모델이 암묵적으로 정의한다. 이는 교육 정책이 아니라 인재 생산 체계의 외주화다.

교과서와 수업 콘텐츠 역시 예외가 아니다. 클라우드 기반 교과서 체계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정책 변경, 필터링 규칙, 글로벌 규정이 한국의 역사·사회·정치 교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느 날 특정 표현이 '민감하다'는 이유로 자동 수정되거나 노출이 제한될 수도 있다. “독도는 어느 나라 땅이냐?”는 질문에 외국산 AI는 한국에서는 '한국 땅'이라고 말하고, 일본에서는 '영유권 분쟁 지역'이라고 답한다. 외국산 AI의 정책에 따라 진실이 뒤틀리는 순간이다. 자칫 교실에서 무엇을 가르칠지에 대한 결정권을 미국과 중국 기업의 정책 결정에 맡기는 악몽 같은 순간을 맞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용의 문제도 있다. AI API와 플랫폼은 초기 비용은 저렴하지만, 일단 국가 시스템이 종속되면 가격 결정권은 공급자에게 넘어간다. 전환 비용이 수조 원이 되는 순간, 우리는 어떤 가격 인상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교육 예산이 국내 교사와 콘텐츠 개발이 아니라 해외 AI 사용료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은 필요하다. 그러나 플랫폼과 AI의 주권 없는 디지털화는 국가의 미래를 외국 빅테크 기업에 맡기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데이터 생산국이 될 잠재력이 있다. 이 데이터로 한국형 AI, 한국형 교육 플랫폼, 한국형 디지털 페다고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미국과 중국의 플랫폼과 AI에 종속되고 싶지 않은 많은 국가들에게 수출할 수 있다. 우리는 에듀테크 플랫폼과 교육용 AI에서 다음 한류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교실에서 뿜어져 나오는 데이터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의 교육과 국가 경쟁력이 좌우된다. 1년 늦으면 영원히 늦는다.

노중일 비상교육 글로벌컴퍼니 대표·AI 융합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