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정부 특별감사 중간 결과 발표 이후 처음으로 공식 사과에 나섰다. 책임을 인정하고 권한 축소와 구조 개혁을 약속했다.
강 회장은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국민과 농업인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을 단순한 위기 수습이 아닌 농협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관례적으로 겸직해 온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전무이사와 상호금융대표이사, 농민신문사 사장 등 주요 임원들도 책임을 통감하고 자진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앞으로 인사와 경영 전반은 사업전담대표이사에게 맡기고 회장은 농업·농촌 발전과 농업인 권익 증진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서 농협은 개별 위법을 넘어 구조적 관리 부실이 다수 확인됐다. 직상금과 각종 수당이 명확한 기준 없이 집행됐고 업무추진비와 해외 출장비 관리에서도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가 드러났다. 선거 제도의 허점과 집행 기준 부재가 맞물리며 그동안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던 사각지대가 한꺼번에 노출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강 회장은 감사 지적 사항에 대한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해외 숙박비 기준은 물가 수준을 반영해 재정비하고 상한을 초과해 집행된 금액은 개인적으로 반환하기로 했다. 보수와 수당, 직상금 집행 기준 전반도 손질 대상에 올렸다.
구조 개혁을 위한 외부 기구도 출범한다. 농협은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중앙회장 선출 방식과 지배구조, 임원 선거제도 개선안을 도출한다. 외부 전문가가 위원장을 맡고 법조계·학계·농업계·시민사회 인사가 참여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구성하는 개혁 추진 체계와도 연계한다.
강 회장은 사과문 말미에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농협은 지난 65년간 농업·농촌과 농업인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앞으로 농업·농촌과 농업인의 삶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며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