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혁신의료기기 지정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혁신의료기기 중 70% 이상이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나타나 디지털전환(DX)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의료 현장의 첨단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혁신의료기기의 빠른 시장 안착을 위해선 수가 현실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정부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혁신의료기기 지정은 총 39건으로 나타났다. 2024년 26건과 비교해 50%(13건) 늘었다.
혁신의료기기는 기존 의료기기나 치료법에 비해 안전성·유효성이 현저히 개선됐거나 개선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기기를 선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다. AI 의료기기, 전자약, 디지털치료제, 로봇수술기기 등이 대표적이다. 지정되면 인허가 특례, 정부지원사업 참여 우대 등 혜택이 있다.
2020년 제도 시행 첫 해 8건을 시작으로 2021년 9건, 2022년 10건, 2023년 29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2024년 의정갈등 여파로 26건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39건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혁신의료기기 지정 확대는 AI 진단 의료기기, 디지털치료제 등 SW 의료기기가 주도한다. 실제 지난해 전체 혁신의료기기 지정 중 SW 의료기기 비중은 74.4%에 이른다. 2021년 4건에 불과하던 SW 의료기기 품목의 혁신의료기기 지정은 지난해 29건을 기록하며, 4년 새 6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디지털치료제는 혁신의료기기 지정이 2023년과 2024년 각각 5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건을 기록하며 2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의료 현장의 DX 열풍과 연관이 깊다. 질병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AI를 이용한 진단 보조와 치료 방법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이를 지원하는 의료기기 수요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CT) 영상 등을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다양한 콘텐츠를 보면서 치매를 치료하는 의료기기가 대표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6월에는 제도 시행 후 누적 지정 100건을 돌파한데 이어 세계 최초로 생성형AI 의료기기(딥노이드)의 혁신의료기기 지정 등 성과도 나왔다.
산업계는 혁신의료기기의 'SW 파워' 강세가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의 진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의료 현장의 디지털화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하드웨어(HW) 중심의 전통 의료기기 시장에서 디지털 기기로 체질을 개선,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혁신의료기기 제도의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위해선 제도개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혁신의료기기 지정이 사실상 인허가 특례, 정부 사업 참여 우대 등을 제외하고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는 점이 제일 크다. 이 제도가 비급여를 통해 의료 현장에 진입할 중요한 역할도 하지만 낮은 수가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혁신의료기기 지정 확대는 AI로 대변하는 디지털화가 의료현장에 확산하면서 활발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혁신기술에 걸맞는 인센티브가 필요하지만 낮은 수가는 물론 기술의 가치 역시 SW라는 이유로 평가절하되고 있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