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통신 시장은 특정 제조사 장비에 의존하는 '벤더 락인' 구조를 탈피하고, 유연한 성능 진화를 달성하기 위해 개방형 무선 접속망인'오픈랜(Open-RAN)'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국내 대표 기업들과 서울역을 수요처로 '멀티벤더 오픈랜' 실증에 성공했다.
장비 간 호환성을 보장하는 오픈랜은 통신망 구축 비용을 절감하고 중소 장비사의 시장 진입을 돕는 핵심 전략이다. 서울역 실증은 국산 기술력만으로 이러한 개방형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국내 오픈랜 통신장비 산업의 대표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실증에서 LG전자의 vRAN 기지국 장비(O-DU/CU)와 기가레인, 웨이브일렉트로닉스, 삼지전자 등 국내 중소기업 3사의 무선장비(O-RU)를 하나로 묶어 완벽한 구동을 확인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공인 시험과 지엔텔이 지원한 성능 시험 결과, 외산 단일 제조사 장비(Legacy RAN)와 비교해도 성능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우수하다는 데이터가 확보됐다. 오픈랜의 지연 시간(Latency)이 2~3ms(1ms=0.001초) 정도 높게 나타났지만, 평균 20ms 이내로 서비스 운용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동일 환경 비교 시 최대 전송 속도(UL Peak Throughput)가 기존 장비 대비 유사하거나 높게 측정되며 동등 수준임을 입증했다.

멀티벤더 오픈랜 장비는 2025년말 글로벌 플러그페스트 엔드투엔드(Global PlugFest End-to-End) 시험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나 소프트웨어 모듈이 표준을 기반으로 원활하게 통합 운영됨을 공식 확인했다.
국민체감 AI 융합 서비스도 안정적으로 운영됨을 입증했다. 멀티벤더 오픈랜을 통해 서울역에 국민안전 AI 융합 서비스가 제공된다. 5G 무선 CCTV를 이용한 영상 AI 분석 기반 혼잡도 안내 로봇, 열차 승강장 사고 예방 안전라인 위험관리, 역 화장실 내 낙상·심정지 등 응급상황을 감지하는 스마트 화장실 서비스가 무중단 운영된다.
또, 실증을 통해 지능형 컨트롤러(RIC) 기술을 통해 기지국의 맞춤형 에너지 절감 모델을 제시했다. 네트워크 사용량에 따라 기지국 전력 이용 소모를 제어하는 '에너지 절감 기능(Energy Saving rApp)'을 구현하고 실제 절감 수치를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기술은 시스템 안정화를 거쳐 서울역 기지국에 우선 도입 예정이다.
이 같은 '서울역 오픈랜 레퍼런스'는 수출 쾌거로 이어졌다. 삼지전자는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5년 미국과 유럽 시장 맞춤형 장비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통신 전문가는 “서울역 멀티벤더 오픈랜 레퍼런스의 성공적인 실증은 우리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통신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검증된 국산 오픈랜 장비가 해외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실증 기회 제공과, 차세대 AI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정책적 집중 지원이 중요한 시기다”고 조언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