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색소·복잡 공정 없는 나노컬러소자 개발…차세대 광학기술로 주목

국내 연구팀이 물감 같은 색소 성분을 이용하지 않고 복잡한 미세 가공 공정 없이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는 광학 소자 기술이 개발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보안·디자인 분야로의 활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왼쪽부터) 정수환 교수, 조효종 박사과정생, 도윤선 교수
(왼쪽부터) 정수환 교수, 조효종 박사과정생, 도윤선 교수

경북대학교는 도윤선전자공학부 교수와 정수환 화학공학과 교수팀이 색소나 물감을 사용하지 않고, 복잡한 리소그래피 과정을 생략하고도 예술 작품 수준의 다채로운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광학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구조색은 나비 날개나 공작새 깃털처럼 물감 없이도 미세한 구조가 빛과 상호작용하며 색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색이 바래지 않고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나노 구조색 기술은 색을 구현하기 위해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리소그래피 방식을 사용했다. 머리카락보다 훨씬 작은 미세 무늬를 정밀하게 새겨야 해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높으며, 대면적 제작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미세 패턴을 새기는 방식 대신, '양극산화 알루미늄(AAO)'을 나노 구조색 설계에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AAO는 알루미늄이 산화하는 과정에서 아주 작은 구멍(기공)이 규칙적으로 형성되는 소재다. 별도의 정밀 가공 없이도 나노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머티리얼즈 호라이즌스' 표지 논문 이미지
'머티리얼즈 호라이즌스' 표지 논문 이미지

이 구조에서는 AAO 내부 기공의 크기와 간격에 따라 빛이 지나가는 성질이 달라져 소자의 두께를 바꾸지 않아도 서로 다른 색이 나타난다. 복잡한 리소그래피 공정을 사용하지 않고도 하나의 동일한 구조 안에서 여러 색을 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한 장의 패널 위에 여러 색이 공존하는 이미지를 구현했으며,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그림도 재현했다. 휘어지는 플라스틱 기판에서도 같은 색 구현이 가능해,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나 곡면형 광학 소자로의 확장 가능성도 확인됐다.

도윤선 교수는 “기존 나노 컬러 기술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복잡한 미세 가공 공정을 AAO 기공 구조 제어라는 새로운 설계 방식으로 대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색을 두께가 아니라 빛의 성질로 제어하는 새로운 구조색 설계 개념이 양산성을 확보하며 디스플레이와 보안·위조방지, 예술·디자인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경북대 전자공학부 조효종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산업통상부의 산업기술알키미스트프로젝트와 한국연구재단의 STEAM연구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머티리얼즈 호라이즌스(Materials Horizons)'의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