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방 이전에 기업이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향후 제조업 지역 이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기요금을 수도권 대비 과감하게 인하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등 유인 요인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관련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옮기라고 해서 기업이 그냥 옮겨지겠느냐”며 “이미 정해진 방침을 이제 와서 뒤집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23년 3월 확정된 사업으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에 777만㎡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특화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2042년까지 경기 남부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클러스터 새만금 등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기업 배치 문제는 정치권이 부탁한다고 되지 않는다”며 “기업은 돈이 되면 부모가 말려도 하고, 안 되면 아들이 부탁해도 안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이 정책 및 투자 결정을 완료한 상황에서 이를 정치적 목소리만으로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다만 기업이 지방에 투자를 집중할 수 있는 유인책은 지속적으로 강화해 제공하고 설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산업 등 국가 핵심 사업이 '전기 먹는 하마'인 상황에서 에너지가 부족하고 비싼 곳에 머물 이유가 없기 때문에, 기업 입지 또한 시장 원리에 따라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용인 클러스터의 전력과 용수 문제를 예로 든 이 대통령은 “용인에 총 13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는데 이는 원전 10기를 지어야 하는 수준이다. 이를 어디서 해결하겠느냐”며 “남쪽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망으로 끌어다 주면 남쪽 주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한강 수계에서 용수를 끌어다 쓸 경우 발생할 물 부족 문제 등 현실적인 제약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앞으로는 전기요금을 생산지는 싸게, 원거리는 비싸게 할 수밖에 없다”며 “자연스럽게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전환될 것이기 때문에 송전을 안 해도 되는 곳으로 기업이 갈 수밖에 없다. 이를 유도해 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 균형 발전 관점에서 길게 보면 인건비와 땅값, 에너지 비용이 싸고 세금 혜택과 규제 완화까지 뒷받침될 것”이라며 “인프라와 연구 시설을 제공하고 정주 환경을 개선하면 기업들도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