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형 스탠퍼드 교수, AI 뇌 진단 플랫폼으로 '혁신의 오스카' 에디슨상

미국 스탠퍼드대 이진형 교수가  메디컬코리아 2024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모습.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공
미국 스탠퍼드대 이진형 교수가 메디컬코리아 2024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모습.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공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수가 설립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엘비스의 인공지능(AI) 기반 뇌 진단 플랫폼 '뉴로매치'가 세계적 권위의 '에디슨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에디슨상 심사위원회는 현지시간 25일, 뉴로매치가 올해 건강·의료·생명공학 부문의 'AI 증강진단' 영역에서 최종 후보에 올랐다고 공식 발표했다.

'혁신의 오스카상'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에디슨상은 단순한 기술 개념을 넘어 실제 시장에 출시돼 인류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한 제품만을 엄선해 수여하는 상이다. 최종 후보 선정은 사실상 수상을 의미하며, 오는 4월 시상식에서 금·은·동메달의 최종 색깔이 결정될 예정이다.

뉴로매치는 클라우드 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AI 의료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뇌파(EEG) 검사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정밀하게 분석해 불필요한 잡음을 제거하고 미세한 이상 신호를 감지해 내는 혁신적인 기술을 탑재했다.

과거에는 전문의가 방대한 양의 뇌파 데이터를 수 시간 동안 일일이 검토해야 했으나, 뉴로매치를 활용하면 단 몇 분 만에 정확한 분석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진단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기술의 핵심은 뇌의 기능을 가상 세계에 동일하게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이다. 이를 통해 뇌 내부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현상을 3차원(3D) 영상으로 시각화해 보여줌으로써, 의료진이 뇌 속의 상태를 직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돕는다.

이 제품은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 차례의 승인을 받았으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 절차 또한 모두 마쳐 기술적 완성도와 신뢰성을 확보한 상태다.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공학도로서 길을 걷던 이 교수는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경험을 계기로 진로를 변경했다. 이후 그는 뇌의 신경 세포 연결망을 전기회로처럼 정밀하게 분석하는 독창적인 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그 공로로 미국국립보건원(NIH)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기존에는 환자 설문이나 MRI를 통한 형태적 관찰만으로는 뇌의 기능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컸다”며, 뉴로매치가 뇌 관련 질환의 진단 패러다임을 바꿀 것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뉴로매치를 활용하면 뇌전증이나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병증의 진행 추이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 또한 모든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의료진 간의 유기적인 협업이 가능하며, 대형 병원 방문이 어려운 지역의 환자들도 원격 협진을 통해 수준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를 위해 엘비스는 지난해 뇌 전문 클리닉인 '뉴베라 브레인헬스 인스티튜트'를 설립했으며, 올해부터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본격적인 활용에 나설 계획이다.

이 교수는 장기적으로 현재의 뉴런 모픽 수준을 넘어 뇌 전체의 연결 구조를 모방하는 '브레인 모픽' AI 연구를 통해 에너지 효율이 극대화된 차세대 인공지능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에디슨상 수상은 뇌 질환 정복을 향한 그의 집념과 기술적 혁신이 세계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