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가 구글·메타 등 해외 빅테크의 일방적 트래픽 변경에 따른 통신망 불안정을 예방하기 위한 입법에 나선다. 해외 부가통신사업자가 국내 통신서비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경우 통신사(ISP)가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명확한 사전 고지 및 안정성 확보 의무를 부과하는게 골자다. 이 경우 망 대가 협상 카드로 임시 저장공간(캐시서버) 철수를 내세우더라도 품질유지 의무가 발생하는 만큼 협상력 불균형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네트워크 안정화법)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에서도 대형 부가통신사업자가 트래픽 경로 변경 등의 행위를 할 경우 사전 통보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럼에도 통보 시점과 절차가 명확하지 않아 국내 통신사가 망 증설이나 기술적 조정 등 필요한 대응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속됐다.
지난 2017년에는 페이스북이 사전 예고 없이 트래픽 전송경로를 변경하면서 홍콩-한국 구간 해저케이블에 과부하가 발생해 국내 이용자들이 대규모 접속 지연을 겪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해외 빅테크는 국내 통신사에 트래픽 과부하를 유발해도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가 제도적 한계로 지적됐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대형 부가통신사업자가 전기통신서비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할 경우 30일 전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관계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그 내용과 사유를 통지하도록 했다.
또 필요한 경우 장관이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한 추가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를 통해 관계 당사자들이 사전에 준비와 위험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 빅테크의 일방적 트래픽 경로 변경에 대해 사전 대비할 수 있게 된다.
공정한 망 이용계약 환경 조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 유튜브 등은 고용량 데이터의 안정적 서비스를 위해 국내를 비롯한 전세계에 분산된 캐시서버를 통해 사용자 근접 지점에서 콘텐츠를 전송한다. 캐시서버를 일방적으로 철수할 경우 국내 소비자는 서비스 품질 저하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캐시서버를 철수하더라도 품질 변화가 없도록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유튜브·넷플릭스 등이 서비스 품질 변화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줄임으로써 협상력 불균형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 의원은 “이번 법안은 특정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닌, 유튜브·넷플릭스 등 해외 빅테크 영향력이 커진 현실에 맞춰 망 불안정의 피해가 이용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단순한 사전 통보를 넘어 실질적으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