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불과 1년 만에 KT 주식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지난해 2월 단순투자로 전환한지 불과 1년만에 다시 적극적 주주권 행사 기조로 선회했다. 최근 KT 이사회를 둘러싼 거버넌스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내달 주주총회에서 영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KT 보유 지분을 7.67%에서 7.05%로 0.62%포인트(p) 줄이면 주식 보유목적을 변경했다. 국민연금은 지분 변동 사유로 “단순투자 목적에서 일반투자 목적으로 보유목적 변경”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현대차그룹에 이은 KT 2대 주주다. 지난해 2월부터 단순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해왔다.
국민연금의 지분 보유목적은 경영권 영향에 따라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등 세가지로 나뉜다.
단순투자는 단순 의결권 행사와 배당금 수령, 차익실현 등 기금운용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일반투자는 이보다 적극적인 주주권을 가진다. 경영권에는 직접 개입하진 않지만 이사 선임 반대나 임원 보수, 주주제안, 배당금 확대 등 보다 공격적인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
국민연금이 KT 주식 보유 목적은 1년만에 다시 일반투자로 전환한 것은 최근 KT 이사회를 둘러싼 거버넌스 난맥상과 무관하지 않다. KT는 사외이사들의 과도한 경영 개입으로 인한 월권 논란이 일었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조직개편과 부문장급 경영임원 인사에 대해 이사회의 사전 심의·의결을 받도록 이사회 규정을 개정했다. 대표이사의 고유권한인 인사권까지 이사회 허락을 맡도록 한 것이다. KT 내외부에서는 사외이사제의 본래 취지는 최고경영자(CEO)를 감시·견제하는 것임에도, 이사회가 인사와 경영을 과도하게 통제하려 한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조승아 전 사외이사가 KT 사외이사로 재임 중이던 2024년 3월부터 현대제철 사외이사를 겸직한 사실이 뒤늦게 알았다. 퇴임 등기도 법적 기한보다 2년 가까이 지체했다. 조 전 이사가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소속으로 KT 차기 CEO 선정 과정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국민연금은 KT 이사회를 찾아 부문장급 이상 인사에 이사회 동의를 받고록 한 과도한 경영 개입 문제와 조 전 이사 겸직문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KT가 사외이사 중심의 폐쇄적 권력 구조를 보이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특히 박윤영 차기 대표이사 후보의 선임 절차가 이뤄지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보유목적 변경으로 차기 대표체제 전환과 인사 적체 등 여러 내홍을 겪고 있는 KT에 대한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