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생성형 AI 창작]](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2/03/news-p.v1.20260203.2fb75e2b97fe48299e3d2b1d0e86d737_P1.png)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인 '기술 강국'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혁신의 알맹이라 할 수 있는 지식재산(IP) 수익화 성적표는 처참하다.
전문 자본과 인력이 부족해 우수한 발명이 사업화되지 못하고 사장되거나, 자금난에 처한 발명가와 중소기업이 특허를 외국 자본에 헐값에 넘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공들여 쌓은 기술 탑이 정작 경제적 보상 단계에서는 주인을 잃고 떠돌다 국내 기업의 목을 겨냥하는 '비수'로 돌아오는 이른바 '부메랑 특허'의 공포가 산업계를 덮치고 있다.
◇부메랑 특허에 공격당하는 첨단산업
국내 IP 생태계의 공백은 고스란히 산업 현장의 치명적인 타격으로 이어진다.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에 전달된 지식재산(IP) 전문가 그룹의 보고서에는 부메랑 특허의 가장 뼈아픈 사례로 이종호 KAIST 교수의 '핀펫(FinFET)' 반도체 기술이 제시됐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가치 평가와 활용 경로를 찾지 못한 이 기술은 결국 미국 법정으로 넘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2400억원 규모의 배상 평결을 끌어냈다.
문제는 이 수익의 대부분을 소송 자금을 댄 해외 투자펀드 '버포드' 등이 독식하며 막대한 국부 유출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정작 해당 기술을 구현한 국내 기업은 방어에 막대한 비용을 썼고, 국내 연구 생태계로 실질적인 수익 환원은 미미했다.
대기업조차 전략적 IP 관리의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비핵심 특허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매각한 권리가 해외 특허관리전문회사(NPE)로 넘어간 뒤 다시 침해 소송의 무기로 변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국내 IP 직접투자 역량이 얼마나 영세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소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자금 압박을 견디다 못해 특허권을 해외에 넘긴 뒤, 추후 해당 기술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기술특허 사용료 압박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AI), 이차전지 등 8대 국가첨단전략기술 분야에서 이러한 유출이 발생할 경우, 이는 기업 손실을 넘어 'IP 안보'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국내 IP 금융 및 투자 현황 비교표 - [자료= 취재 취합]](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2/03/news-t.v1.20260203.fe8e22f0ca4a42a3b7213b494317190d_P1.png)
◇금융 지원은 10조원, 직접 투자는 '모래알' 수준
현재 국내 IP 금융 지원액은 누적 10조원을 돌파하며 양적 성장을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원액의 절대다수는 특허를 담보로 한 대출이나 기술보증기금 등의 보증에 쏠려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IP 자체의 적극적인 활용이나 가치 제고와는 거리가 먼 '채권' 형태의 금융이다. 은행의 보수적인 심사 관행 탓에 고위험·혁신 특허는 외면받기 일쑤며,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일시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작 특허를 직접 매입해 특허사용 계약을 시도하거나 가치를 높여 수익을 창출하는 'IP 직접 투자(에쿼티 방식)' 규모는 연간 300억~4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IP 금융 시장의 약 1.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특허·실용신안 부문의 무역수지는 2024년 기준 18억4000만달러(약 2조7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기술 의존형 산업구조의 한계를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소송 펀드인 버포드가 한 해에만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소송에 쏟아붓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IP 대응 체계는 거대 자본의 공격에 맞서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책금융의 패러다임을 단순 담보 대출에서 '수익 창출형 직접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부메랑 특허와 IP 펀드 전략 - [자료= 취재 취합]](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2/03/news-p.v1.20260203.0095698720c142568e7233ffb0d8653f_P1.png)
◇IP 펀드의 전방위 운영 전략
제언된 'IP 수익화 전용 펀드'는 이러한 구조적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동력원 삼아 국내 IP 생태계의 '방파제'와 '창'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핵심 운용 전략은 자금 투입을 넘어 국내 IP 자산의 가치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고 국부를 창출하는 '전방위 공세'에 초점이 맞춰졌다 .
우선 외국 자본이나 NPE가 눈독을 들이는 국내 대학과 중소기업의 혁신 원천 특허를 펀드가 직접 사들이는 방식은 국외 유출을 원천 봉쇄하는 강력한 차단막이 될 전망이다.
이렇게 확보한 특허는 국내외 관련 기업에 기술특허 사용료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이 해당 기술을 산업화하도록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다.
자금난을 겪는 혁신 기업에는 새로운 유동성 공급 창구로 기능하며, 특허를 매입해 현금을 공급하되 기술 사용권을 보장하는 '세일 앤 라이선스백(매각 후 재사용)' 모델을 통해 기업이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경영 자금을 확보하는 실익을 제공한다.
방어와 집행 기능 강화도 주요 골자다. 해외 경쟁사의 공격이 예상되는 외국 특허를 미리 선점하거나 국제 특허 풀에 참여해 국내 기업을 보호하는 방어적 인수가 본격화된다.
아울러 우수한 권리를 보유하고도 전문성과 자금력 부족으로 침해 피해를 감수해야 했던 국내 특허권자를 위해 펀드가 전 세계를 상대로 대신 싸워주는 '글로벌 집행자' 역할에도 무게중심을 둔다는 전략이다.
◇운용 투명성·거버넌스 확보가 성패의 열쇠
펀드의 안정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대형화된 자산 규모에 걸맞은 정교한 운용 체계와 투명성 확보가 필수 과제로 꼽힌다.
IP 전문가 그룹의 보고서에는 민간 파트너 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유출과 이해상충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한 '5단계 준법 감시 프로토콜' 구축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여기에는 프로젝트별 정보 접근 권한의 최소화부터 비밀유지계약(NDA) 위반 시 펀드 참여를 영구 배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이 포함됐다. 또한 투자 결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독립 심의 절차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명시됐다.
국민성장펀드의 주요 축인 설비투자 및 스케일업 펀드와 연계해 기업에 유·무형 자본을 통합 지원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도 구체화했다.
예를 들어 첨단 산업 분야 포트폴리오 기업에 펀드가 확보한 핵심 특허를 패키지로 제공할 경우,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 전략 산업의 공급망 교섭력이 대폭 제고될 전망이다.
한 IP 전문가는 “국민성장펀드 내 IP 펀드 조성을 명문화하는 것은 매년 수억 달러 규모로 고착한 특허 부문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대한민국이 기술 수출국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라며 “그렇게 되면 IP 펀드가 국가 지식재산 안보를 수호하는 핵심 인프라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