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여행은 돌아왔지만 산업은 아직 제자리다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

여행이 돌아왔다. 서울의 호텔들은 성수기마다 만실을 기록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여행 산업은 이미 정상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서 바라본 현실은 다르다. 수요는 회복됐지만, 산업의 구조와 사고방식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에 머물러 있다. 지금의 여행 산업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근본적인 재설계다.

이 문제는 관광 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사회 전반이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고, 성장률 둔화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대외 환경은 점점 더 녹록지 않다. 노동 인구 감소가 이미 현실이 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에 필요한 해법은 분명하다. 노동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현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전 산업의 AI 전환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반전시키기 위한 핵심 수단에 가깝다. 이 변화의 골든타임은 길어야 앞으로 5년이다.

이러한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전 세계 여행자들의 행동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여행자는 콘텐츠를 통해 목적지를 탐색하고, 다른 여행자의 실제 경험을 참고하며, 자신에게 맞는 여행을 선택한다. 관광 산업 역시 이제 '예약을 중개하는 산업'에서 '경험을 설계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첫째, 기술과 데이터는 K트래블을 정의하는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

관광 산업에서의 AI와 데이터의 활용은 마케팅 효율 개선이나 운영 자동화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의 기술은 단순한 추천을 넘어, 여행자의 취향과 맥락을 이해하고 여행 전·중·후 전 과정에서 더 나은 선택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AI는 질문에 답하는 도구가 아니라, 한국 여행의 경쟁력을 입체적으로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작동해야 한다. 이는 곧 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제한된 인력으로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길이기도 하다.

둘째, 플랫폼과 파트너의 관계 역시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여행 산업은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 국내 대형 플랫폼, 숙박시설 간의 갈등과 이른바 '갑을 구조' 논란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어느 한쪽의 이익에 치우친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 여행자의 실제 선택 데이터와 반응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파트너가 정당한 평가를 받고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공정성과 투명성은 더 이상 이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효율과 신뢰를 높이는 생산성의 기반이다.

셋째, 정책의 시선도 규제에서 산업 육성으로 이동해야 한다.

여행 산업은 더 이상 전통적인 서비스 산업이 아니다. 콘텐츠, 플랫폼, 데이터, 결제, 글로벌 유통이 결합된 융·복합 전략 산업이다. 특히 AI 기반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과거 산업 구조를 전제로 한 규제는 혁신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 새로운 여행 형태와 디지털 플랫폼을 포용하는 제도적 정비가 이뤄질 때, 여행 산업 역시 국가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

2026년은 여행 산업은 물론, 한국 경제 전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여행은 사람의 경험을 바꾸고, 도시와 국가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만큼 여행 산업의 변화는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여행은 이미 돌아왔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여행을 담아낼 산업의 그릇을 다시 만드는 일이다. AI를 중심으로 한 산업 재설계에 성공할 수 있느냐가 여행 산업의 미래이자, 한국 경제의 다음 10년을 좌우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전환을 실행해야 할 시간이다.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 jihaj@tripbto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