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파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방안은 너무 과하지도, 너무 덜하지도 않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우리의 이번 결과를 시작으로 더 많은 나라가 검증에 참여해 전자파와 암의 연관성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약 25년간 전자파의 인체 영향 연구를 이어온 최형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의 말이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전자파와 암 연관성 논의에 불을 지핀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동안의 통념과는 상반된 결과기도 하다. 최 박사는 “오랜, 그리고 면밀한 연구 끝에 전자파 노출과 뇌종양, 심장종양 발생 간 유의미한 관련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최 박사와 ETRI 연구진은 지난 2018년 미국 국립독성연구프로그램(NTP)이 내놓은 '전자파가 발암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결과를 재검증하고자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일찍이 2017년부터 관련 연구를 구상했는데, 때마침 NTP의 결과가 나오면서 이를 검증하는 것을 연구 방향으로 삼았다.
이에 NTP 연구와 동일한 연구 시스템으로 2019년부터 6년에 걸쳐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달랐다. 인체 보호 기준 50배로 장기 노출을 진행했음에도 전자파와 암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최 박사는 일본 연구진과 함께 이번 연구를 진행해, 그만큼 결과에도 '힘'이 실린다고 피력했다. 혼자만의 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일 양국 연구진은 대동소이한 결과를 내놓았다.
그는 “2018년 일본 연구진과 첫 미팅을 가진 이래 꾸준히 소통하며 '공동 실험 프로토콜'을 구성했다”라며 “실험 동물과 사료, 장비, 전자파 노출 환경에 이르기까지 모두 통일된 조건에서 연구를 수행했다”고 단언했다.
이어 “우리의 실험은 NTP 실험보다 규모는 작지만 세계 자문그룹으로부터 충실한 검증을 받아 충분한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최 박사는 그 근간에 ETRI가 설계 제작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한·일 양국 시스템에 적용된 동물실험 장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최 박사는 NTP, 한·일 연구진의 상반된 연구 결과 중 어느 한 곳이 '정답'임을 뜻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결과는 상반되지만 각기 확실한 증거를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우리와 일본이 밝힌 불씨가 또 다른 불씨로 이어져 보다 명확한 진실로 향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우리와 일본 연구진이 힘을 합쳐 새로운 틀을 만들고 연구의 '통계적 힘'을 드높인 만큼, 보다 많은 국가가 이를 활용해 연구에 참여하면 그 힘이 배가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최 박사는 “우리가 이번에 구축한 방법론을 보다 많은 나라들이 받아들이고 연구를 하면 정답에 더욱 다가설 수 있지 않겠느냐”라며 “논의가 더욱 확대돼 우리 인류가 전자파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